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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른답게 살기- 배원진(창원문화원장)

기사입력 : 2018-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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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답다는 말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품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선비로서 지녀야 할 고결한 인품과 덕목을 존숭했던 조선시대에는 어른다운 어른이 많았다. 벼슬길에 나가 임금과 백성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충신들을 비롯해 초야에 묻혀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하며 청빈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이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그러나 물질만능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무너지고 말았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답게 살아야 하는데 역할답지 않게 사는 혼돈의 시대에 사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흔히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행태를 보고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어른이 천대받는 세태가 됐다고 개탄한다. 그런데 이런 기성세대들을 보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마디로 꽉 막힌 세대라고 폄하한다. 소통의 부재로 절벽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흔히 어른을 비하하는 속어로 ‘꼰대’라는 말이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주로 남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 내에서 아버지나 교사 등 남자 어른을 가리키는 언어로 썼다.

이후 이 말은 대중매체를 통해 예사롭게 말하는 속어로 급속 확산됐다. 그래서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꼰대질’한다고 힐난한다.

이처럼 기성세대가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 어른들은 어떤 처신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대할 때 훈계하고 간섭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시각을 가져야겠다. 기성세대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춰 살기 위해서는 전통적 ‘장유유서’를 당연시하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어른이니까 당연히 대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고집부리면 ‘꼰대 신세’를 면치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비우고 열린 가슴으로 어른답게 솔선수범할 때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으며 누구든 예외 없이 원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나이를 먹는다.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세대 차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운데 새로운 장유유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배원진 (창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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