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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새대가리- 김희진 정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18-10-10 07:00:00


“새대가리냐? 닭대가리냐?” 자신이 또는 누군가 다소 멍청해 보이거나 생각이 짧은 행동을 하거나 어떤 일을 잘 잊어버리거나 할 때 한 번쯤은 뱉어본 적이 있는 말일 거다. 자유롭게 창공을 나는 모습을 동경하고 ‘치느님’이라는 극존칭을 써가며 치킨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머리가 작은 새는 뇌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몇 해 전 한 TV 개그 프로그램 중 ‘닭치고’라는 코너가 있었다. 다양한 닭의 모습으로 분장한 개그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 금방 잊어버리는 상황극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대중을 웃겼다. 닭의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개그였는데 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 않다. 미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닭은 24가지 울음소리를 분류하고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으며 공감능력도 있다.

▼새의 지능은 무조건 낮을 거라는 오해는 인간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상식이다. 종류마다 차이는 있지만 큰 전뇌를 갖고 있는 어치, 까마귀, 앵무새 같은 새는 특히 영리한데 도구를 사용하고, 기억하고, 놀고, 다른 새를 관찰하고, 사회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막대기로 나무 속 벌레를 잡아먹고 해오라기는 빵이나 과자로 잉어를 유인해 사냥하는가 하면 비둘기가 숫자를 셀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새에 대한 오해처럼 인간은 사회생활에서도 오만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를 종종 범한다. “내가 그거 좀 아는데…” “그 사람은 원래 그래…” 같은 말로 일을 그르치거나 사람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 모든 일은 항상 같을 수 없고, 누구라도 한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는데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단 한 가지 사실은 내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혜롭고 싶다면 선입견이나 아집을 걷어내고 제대로 알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크라테스는 될 수 없을지라도 새대가리는 면하고 싶지 않은가.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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