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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징계직원 3명 중 1명 ‘뇌물수수’

금품에 눈 어두워 부실시공 눈감았다

국감서 LH 비리·방만경영 질타

기사입력 : 2018-10-11 22:00: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수급업체 부실시공을 눈감아 준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이현재(경기 하남) 의원은 11일 LH 국정감사에서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징계 처분받은 직원 3명 중 1명(108명 중 30명)꼴은 뇌물수수 혐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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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LH 본사 사옥./경남신문 DB/



이 가운데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징계의결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LH 임직원이 직무관련 금품 및 향응 수수받은 금액은 3억4538만원(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 현장 감독업무를 하며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하도급 업체 알선, 택지개발 정보 제공, 심사평가 편의, 임차권 양도 처리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각종 비리가 만연했다고 이 의원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LH 발주 공구 시공사를 상대로 한 현장 감독자의 금품 향응 수수가 빈번했다. 골프 접대나 양복·가구 선물을 받는 등 비리가 도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수급업체가 임의대로 자재를 선정하고 시공하도록 묵인 또는 방조해 설계와 다른 저가·부실 자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LH 직원 A는 본사 발주 공구 현장 감독업무를 맡아 대학 후배인 수급업체 직원으로부터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 수급사에 대한 시공 감독의무를 소홀히 해 저가·불량자재를 사용하는 불량시공 현장을 그대로 내버려뒀다. 직원 B는 본부 발주 공사에 대한 하도급 알선 청탁 명목으로 28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또 다른 직원 C는 공구 현장감독 업무를 맡으면서 수급업체로부터 4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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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LH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내부적발 사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경찰 등 외부적발은 중징계를 내려 ‘제 식구 감싸기’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직원 108명 중 내부적발로 징계받은 직원 63명 중 파면·해임은 9명이고 나머지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반면 경찰 등 외부적발로 인해 징계받은 직원 45명 중 파면·해임은 20명에 달했다. 금품수수에 대한 징계도 외부적발 23건 중 17건이 파면·해임인 것에 비해 내부적발 7건 중 단 1건만 파면 처분을 받았다.

LH는 국민권익위가 실시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정원 3000명 이상 공직유관단체 18곳 중 15위에 머물렀다. 종합청렴도 점수도 7.79점에 그쳤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75명의 직원이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이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파면 처분을 받은 직원은 전체 징계의 30%에 달하는 22명이다.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은 직원 대부분은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 수사기관에 입건돼 처분이 내려진 경우다. 세부 내용을 보면 △설계변경 등 편의제공 명목 금품수수 △중개알선장려금 일부 수수 △업체가 원하는 시설물 구매 대가 △임차권 양도 관련 현지 실태조사 시 일정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금품수수 등 총 5억4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챙긴 것으로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건설현장 안전사고 발생 내역’에 따르면 산재처리일 기준 201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LH 건설현장 내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는 1397명에 달했다. 경기 635명으로 가장 많고 세종 84명, 인천 80명, 서울 79명, 경남 57명 등 순이다.

민주당 임종성(경기 광주을) 의원은 LH 건설 현장 산재 사고가 대부분 이른바 ‘셀프감리(자체감리)’ 현장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LH 건설현장 산재사고 136건 중 126건(93%)이 LH가 자체 감리를 한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일어난 산재사망사고 5건이 모두 LH가 자체감리한 현장에서 일어났다. LH가 자체 감독한 아파트에서는 하자도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2016년 공급한 공동주택의 호당 하자발생 건수 상위 20개 단지는 모두 LH가 자체 감리한 단지로 임 의원은 밝혔다.

11일 국감에서는 LH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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