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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남행수씨(경남산악계 대부·1997년 별세) 소장본 마산일보 6부 본지 기증

경남신문 전신… 1956년 6~12월 발행

후배 최재일씨, 고인 유품 정리 중 발견

기사입력 : 2018-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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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남행수 선생의 후배 최재일씨가 1956년 발행된 마산일보 신문 6점을 보여주고 있다./전강용 기자/


경남 산악계 대부인 고 남행수(1917~1997년) 산악인의 유품 가운데 1956년 발행된 마산일보(경남신문 전신) 신문 6점이 발견됐다.

고 남행수 선생의 후배 최재일(창원시 마산합포구)씨는 지난해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신문을 발견해 본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료를 함께 정리한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앨범과 등반장비, 산악서적 등 방대한 자료 사이로 오래된 신문이 보였다”며 “이 신문들은 지역에 남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경남신문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들은 지령 2962호(1956년 6월 30일자), 2963호(1956년 7월 1일자), 2975호(1956년 7월 14일자), 3015호(1956년 8월 24일자), 3022호(1956년 8월 31일자), 3125호(1956년 12월 16일자) 등 1956년 발행된 신문 6부다. 박 연구원은 “이 가운데 3015호, 3022호, 3125호는 경남신문사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결호로 역사적,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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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남행수 선생

창원군 북면 월백리 출신인 남행수 선생은 평북 선천의 5년제 신성중학교를 졸업한 뒤 국민학교 전과목을 담당하는 사설강습소를 차려 4년간 우리말과 글을 가르쳤다. 그러다 일본 경찰로부터 신사참배 반대 건으로 불온의 낙인이 찍혀 강습소 문을 닫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도 내선일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형사들을 피해 야간열차를 타고 산으로 숨어 다녔다. 후에 한 인터뷰에서 “외로운 유학생활이나 살벌한 전쟁기간 중에도 항상 산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 용기를 얻으며, 평온한 마음을 잃지 않는 지혜를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1948년 한라산에서 조난을 당해 오른쪽 발가락을 모두 잃었다. 장애를 얻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생을 살았다. 이듬해인 1949년에 마산의 창신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해 14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임 후 노산 이은상 시세계의 모태로 알려진 노비산 기슭에 2층짜리 ‘노비산장’을 짓고 YMCA 총무, 라이온스 총무, 마산산악회장, 경남산악회장 등 명예직을 맡았다. 후배들은 선생이 1997년 눈을 감을 때까지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청렴한 일생을 살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1970년대 중반에 등산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남행수 선생은 산악계 후배들에게는 큰 산 같은 존재였다”며 “선생을 따라다니며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산에 대한 철학, 정신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1986년 히말라야 등반 때 조언을 하는 등 자신의 산악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어른이라 자주 찾아뵙고 연락하다 보니 산에서 사고를 당하실 때와 임종도 지키게 됐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최씨는 고 남행수 선생의 꼼꼼한 성격 탓에 소중한 자료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행거리와 날씨, 산행 여비, 코스, 특기사항 등을 일일이 다 기록하시는 분이다”며 “생전 선생의 집에는 해방 전 일본에서 건너온 산악 관련 서적과 백두산 지형도, 산악회 회보 등이 가득 차 있어 산악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고 했다.

신문을 제외한 유품 1400여 점과 최씨의 소장품 1000여 점은 지난해 국립 한국산악박물관에 기증했다. 그간 최씨는 희귀한 자료들이 바스러질까 약품을 뿌리고 제습하며 보관에 애썼지만 온·습도를 맞추는 전문 수장고에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기증 당시 지역에서 자료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빌려주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선생의 유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를 열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본지 최광주 발행인은 “소중한 자료를 기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하고 “귀한 뜻을 이어받아 사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잘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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