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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세기의 대결과 전성기-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18-10-15 07:00:00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 없듯이 세기의 대결로 손꼽힌 격투기는 별 재미없다. 세계의 집중을 받은 것에 비하면 경기는 초라하고, 어마어마한 대전료만 챙겨 간다. 3년 전에 무패 복서인 미국의 메이웨더와 필리핀의 국민영웅 파퀴아오의 웰터급 대결. 전 세계적 관심거리와는 별개로 경기는 파이팅 없이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총대전료가 2억5000만달러. 양측이 6:4 비율로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1692억원), 파퀴아오가 1억달러(1128억원)를 챙겼다.

▼세기의 대결 중 가장 시시한 경기는 70년대 일본의 유명 레슬러 이노키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미국의 알리의 대결이었다. 종합격투기가 없던 시절에 레슬링과 복싱의 대결은 전 세계적 집중을 받았다. 결과는 15회전 내내 이노키는 누워 다리만 세웠고, 알리는 서서 스텝만 밟았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누워서 돈버는 건 창녀와 이노키밖에 없다고 평했다. 당시 대전료는 36억원. 이들은 분당 8000만원을 챙겼다.

▼며칠 전 UFC 사상 세기의 대결로 손꼽혔던 코너 맥그리거와 하빕 누르마코메도프의 경기도 이 법칙에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스탠딩 파이터인 맥그리거와 레슬링이 주특기인 그라운드 기술을 쓰는 하빕은 대결부터가 화끈한 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과는 하빕의 4라운드 서브미션 승. 하빕은 공식 대전료로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맥그리거는 300만달러(약 34억원)에 유료채널, 광고 등을 합친다면 총 1억달러(약 1131억원)를 받는다.

▼경기 후 이들은 각 진영 간 난투극을 벌였는데 이 번외경기가 더 재밌었다는 평이다. 승리한 하빕이 경기 전 자신의 종교와 가족사를 들먹이고 동료와 코치진 버스를 공격한 맥그리거의 코치진을 상대로 팬타곤 밖에서 싸움을 벌였고, 맥그리거는 하집의 동료와 격투를 벌여야만 했다. 어찌 됐든 화려한 맥그리거의 파이팅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전성기는 영원하지 않고, 세기의 대결은 재미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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