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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고비용 저생산 구조 신음하는 경남도내 기업

해외수주 절실한데… 생산성보다 높은 고임금에 경쟁력 떨어져

기사입력 : 2018-10-15 22:00:00

도내 대부분의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생산성 대비 해외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높아 수주나 판매단가 등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이들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에서 매년 적정단가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한 상태다. 이로 인해 올해와 내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업체들이 붕괴위기에 노출되고 있어 자칫 부품공급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기업 직원의 임금 상승을 지양하는 대신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도록 노동계 주도로 사회적 타협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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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국가산단 전경.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도내 기업들이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경남신문DB/


◆대기업 근로자 임금=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수주에 실패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실제로 수주에 성공했더라도 2~3조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런데 수주에 성공한 보잉에선 이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과연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KAI는 이번 수주전을 예외로 하더라도 해외 경쟁업체들보다 직원들의 임금이 높아 해외수주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게 지역 항공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독점인 방산분야를 제외한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민수분야로부터 수주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항공산업 분야에서 업체들이 사업을 하면서 견적을 낼 때 통상적으로 임률을 기준으로 한다. 임률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인건비, 원자재비, 영업판공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을 다 포함해 1시간 동안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항공 관련 수주 시 평균 임률은 5만원이지만 KAI는 1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임률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금이다. 국내 항공산업은 노동집약의 부품임가공을 주로 하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수주가 저조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우리가 수주를 해오면 외주로 나가기 때문에 외주 단가에 맞춰 임률을 제시한다”면서 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창원산단 내 한 외국계 대기업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사들의 임률은 5~8만원 정도이지만 창원공장의 경우 13만원으로 턱없이 높다”면서 “그럼에도 현재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협력업체들의 낮은 단가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협력업체들의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구체적인 임률 등을 밝히지 않지만 해외수주 단가 대비 인건비 감당이 안되면서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9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라 일본 토요타 (9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 수준을 추월했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비중(평균)은 12.2%로 토요타(2012년 7.8%)와 폭스바겐(9.5%)보다 높았다. 인건비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현대차 국내 공장 기준)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도 일본(토요타), 미국(포드)보다 각각 11.2%, 25.8% 더 많이 소요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노조는 이처럼 생산성 대비 고임금이지만 매년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벌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조선분야도 중국 등 경쟁사 대비 임금만 높고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중형조선소의 경우 이미 중국의 저가공세에 30개 정도에 이르던 것이 현재는 몇몇 조선소를 제외하고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앞으로 중형조선소가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경쟁사 대비 확실한 기술적 우위와 원가경쟁력을 가져야 하지만 현재의 고임금으로는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대형조선소도 마찬가지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9월 신규 수주난에 따른 해양플랜트 물량의 소진으로 해양사업본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조선업계의 인건비 대비 생산성 문제를 지적했다.

강 사장은 당시 담화문을 통해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520만원으로 경쟁국인 중국 조선업체(169만원)의 3배,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활용하는 싱가포르(80만원)의 6.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양사업본부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20%에 달해 중국(6%)과 싱가포르(3%)를 크게 웃돈다”며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토르투 해양플랜트 사업을 중국 코스코에 빼앗겼다. 지난해 12월엔 싱가포르 샘코프마린에 밀려 해양플랜트 수주에 실패했다.

이들 업종 외에도 고속전철을 생산하는 현대로템이나 건설중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볼보건설기계 등의 인건비도 해외경쟁사나 똑같은 일을 하는 중견·중소기업 대비 임금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력업체(중소기업)=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기업의 80% 수준이었던 중소기업의 임금은 2009년 65%, 2011년 62.6%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제조업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1.5% 수준이고, 2·3차 협력업체는 더욱더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이 88.5%와 85.8%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임금격차가 커진 것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로 대기업인 원청업체들이 이익 보전을 위해 하청업체인 중견·중소기업에 원가절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창원의 한 업체는 “대기업에서 기본적으로 연초에 CR(단가인하)를 하고 중간에 파업 등으로 인한 손실발생 시 다시 협력업체에 분담시키면서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매년 올려도 하청업체는 제자리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경아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도급 거래 시 불공정거래는 결국 중견·중소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하위기업인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이 저임금 위험에 처하고 질 낮은 일자리가 지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의 원가절감 요구로 하청업체인 중견·중소기업들의 이익이 줄다보니 임금을 인상시켜줄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박성태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한 공식석상에서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5년간 동결하면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습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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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인상으로 협력업체 위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는 제자리 걸음이지만 올해와 내년의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은 곳곳에서 비명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내년 인건비가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도내 많은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감당이 힘들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품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창원의 대기업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올들어 1차 협력업체들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영업이익 등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내년에 다시 인상된 최저임금이 인건비로 현실화될 경우 2·3차 협력업체들은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선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후퇴시키거나 최저임금 인상분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를 현실화시켜줘야 하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은 노조가 나서 해외 경쟁사 이상으로 임금을 올렸지만 협력업체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따라서 민주노총이나 대기업 노조가 나서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동결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를 정상화시키는 대타협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도 지난 3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차 노조가 열심히 선도투쟁을 해서 임금을 많이 올려야 중소기업도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임금격차만 더 심화됐다”면서 “양극화 해소,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노조의 운동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기업 임금은 적게 올리고 중소 부품업체와 비정규직 임금은 많이 올리는 ‘하후상박의 연대임금’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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