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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사청문회- 이학수 사회2부장

기사입력 : 2018-10-16 07:00:00


현명한 신하를 옆에 두는 것은 군주의 덕목 중 하나다. 당태종 이세민이 이런 말을 했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나는 일찍이 세 종류의 거울을 구비해 나 자신이 어떤 허물을 범하게 되는 것을 막았다.” 그가 아끼던 신하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거울 하나를 잃었다며 애석해했다.

▼위징은 본래 당태종의 반대편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태종이 위징의 인물됨을 보고 그를 발탁했다. 그는 300번이나 간언하며 태종의 허물을 지적했다. 태종은 자신을 거스르는 간언도 받아들였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구해 의혹을 풀고 진심으로 반성했다. 감히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던 위징, 직언을 기꺼이 수용한 태종. 군주와 신하의 관계가 이러했기에 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중국 역사에 황금시대를 열었다.

▼‘개고기 주사’, ‘더덕 정승’, ‘잡채 판서’란 말이 있다. 조선 중종 때 이팽수는 당대 권력가 김안로에게 개고기 요리를 뇌물로 써서 주사로 승진했다. 광해군 때 한효순은 더덕을 넣은 꿀떡을 바쳐 좌의정에 오르고, 이충은 잡채를 잘 만들어 호조판서에 올라 생긴 말이다. 뇌물로 승진한 그들의 부끄러운 이름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렸다. 그릇에 넘치는 감투로 후대에 오명의 표본이 되고 있다.

▼충신과 간신은 역사에 길이 남는다. 경남도지사가 도의회에 출자출연기관장 인사청문을 요청했다. 도지사가 현신(賢臣)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고, 도의회가 그 그릇이 되는가를 살피는 것 그에 못지않다. 전임 지사 시절 몇몇 출자출연기관장은 간신이었지 충신은 못 되었던 것 같다. 도덕성과 직무능력을 갖췄다면 ‘캠코더(캠프출신,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도 괜찮다. 위장전입·부동산투기·논문표절·군복무특혜·세금탈루가 없는지, 업무 수행능력은 되는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충신과 간신을 가려낼 기회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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