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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마민주항쟁 39주년, 그날의 함성 되새기다 (하) 그날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

부실 조사 바로잡을 ‘관련법 개정안 통과’ 시급

‘조사 강화·기간 연장’ 법 국회 계류

기사입력 : 2018-10-18 07:00:00


부마민주항쟁의 진상 규명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고 유치준씨 사망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부실 조사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진상규명 기간은 사실상 종료됐다. 조사기간 연장 등을 담은 부마항쟁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지만, ‘졸속 보고서’를 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위원회가 항쟁을 바라보는 관점과 함께 진상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마항쟁 개정법 통과 시급=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진상규명 기간은 3년으로 사실상 지난해 10월 12일 끝이 났다. 그런데 부마항쟁의 중요성과 의의를 규정할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진상조사보고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위원회는 지난 5일 제45차 본회의를 열고 지난 7월 수정·보완하기로 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의 수정 내용을 심의했지만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6개월 이내 보완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조사기간 연장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위원회는 고 유치준씨 사건 재조사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인적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조사의 경우 1년 정도, 또 공식통계에 누락된 항쟁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나 항쟁 이전 상황에 대한 부산대·경남대 등 학생 인식조사 등 조사 단서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은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사 권한도 강화돼야 한다. 해당 법상 조사 대상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앞서 위원회는 명단이 확보된 마산의 시위진압 경찰 51명과 계엄군 66명 중 주소지가 확보된 43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출석자는 6명(14%), 전화조사에 응한 사람은 11명(2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5·18진상규명법 등 다른 민주화 운동 관련법은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을 시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기간 연장과 조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2건의 관련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위원회는 명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항쟁 관련자의 보상 등을 위해서도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부마항쟁 당시 1500여명이 연행돼 고초를 겪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지만, 17일 기준 항쟁 관련자로 인정된 사람은 160명(마산89명, 부산71명)에 불과하다. 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대법원 등 관계기관에 주민등록 자료 등 개인정보에 관한 자료 제출권이 담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어 원활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방식, 관점 등 바뀌어야= 법적·제도적 권한이 강화되더라도 위원회의 조사 방식과 관점 등이 바뀌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전문가들과 관련단체는 입을 모은다. 졸속이라고 비판받은 진상조사보고서(안)는 경찰의 피의자 심문 조서 등 자료를 위주로 한 반면, 정작 부마항쟁 당사자의 구술자료는 물론 당시 기자들의 현장 취재기록은 상당수 인정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고 유치준씨 사례가 그렇다.

항쟁 당시 경남신문(당시 경남매일) 사회부장이자 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남부희 창원대학교 겸임교수는 “군과 경찰의 시위진압 이후 많은 것을 은폐하던 시대다. 검열 때문에 고 유치준씨와 관련해 당시 기사도 내지 못했던 때이다”며 “조사관들이 당시 엄혹했던 시대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재의 관점으로 조사하면 진실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마항쟁 바라보는 시각 확대해야=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인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1차적으로 10월 16일부터 20일 사이 일어난 부마항쟁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중요하지만, 20일 이후부터 10·26 사태가 있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정계·재야인사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유신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항쟁이 일어난 것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단순히 부산과 마산에 국한된 항쟁으로 그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관계자 역시 “경남 일대는 물론 서울, 대구, 광주 등에서 부마항쟁 이후 그 영향에 따른 시위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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