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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4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13

“괜찮죠?”

기사입력 : 2018-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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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우는 인상이 좋았다. 삼페인을 여러 잔 마셔서 얼굴이 불콰했다.

“왕림해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김진호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김진호는 장위와 함께 차까지 배웅했다. 서경숙과 장대한도 같은 차를 타고 돌아갔다. 김진호는 멀뚱히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일 점심 때 시간 괜찮으세요?”

갤러리의 전은희가 물었다.

“예. 괜찮습니다.”

전은희에게서 은은하게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그럼 내일 점심 때 뵐 수 있을까요?”

“예. 내일 오전 중에 연락주세요.”

전은희가 돌아가자 원심매가 나왔다. 원심매를 북경역까지 배웅해야 했다.

“나 북경역에 갔다가 올게.”

김진호는 등려화와 유이호에게 말했다.

“다녀오십시오.”

유이호와 등려화가 인사를 했다. 행사장을 정리하려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 김진호는 원심매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

“행사가 잘 치러졌어요.”

차에 타자 원심매가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쩐지 들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삼페인 기운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김진호는 차를 운전하여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행사장 주위는 주택가라 캄캄하게 어두웠다.

“여기 잠깐 세울래요.”

5분쯤 운전을 했을 때 원심매가 말했다. 김진호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한적한 이면도로였다. 원심매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군.’

김진호도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데 원심매가 피우던 담배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김진호는 담배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어?’

김진호는 깜짝 놀랐다. 이 여자가 제 정신인가 싶었다. 원심매가 그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괜찮죠?”

원심매가 눈웃음을 쳤다. 원심매의 두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괜찮아요? 기차를 타려면….”

“걱정하지 말아요. 넉넉해요.”

원심매가 얼굴을 그의 하체로 가져왔다. 김진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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