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고] 나노피아, 촌티를 내자- 홍순철(울산대 기초과학연구소장)

기사입력 : 2018-10-19 07:00:00
메인이미지

‘밀양’ 하면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외가가 산청이어서 외가를 오갈 때면 기차를 이용하곤 했었는데, 부산에서 진주까지 가는 도중에 기차가 밀양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와 어린 나는 뭔 일인가 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식구가 밀양에 거주한 적이 있어 밀양과는 인연이 깊다.

매년 10월이면 연례 행사처럼 대한민국은 노벨상 수상 관계로 한바탕 떠들썩해진다.

일본은 20여 개의 노벨과학상을 받는 동안에 우리는 왜 하나도 못 받느냐는 비판의 기사가 주를 이룬다. 내 전공과 관련이 깊은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상의 반을 갖는 아서 애슈킨 박사는 96세로 노벨상 수상 중 역대 최고령자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공동수상자 중 도나 스트릭랜드는 대학원생 때 지도교수인 제라르 무루 교수와 함께한 연구로 지난 1963년 이후 55년 만에 노벨물리학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깬 여성 수상자가 된 것이다.

애슈킨 박사의 논문은 Optics letters에 실렸고 무루 교수와 스트릭랜드 교수의 논문이 Optics communications에 실린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또 다른 화제의 대상이다. 두 학술지는 대한민국에서 평가기준인 impact factor로 보면 좋은 학술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연구비를 받기 쉽지 않다. 이런 풍토는 과학 기술 관련 최초의 중앙행정기관인 과학기술처가 경제기획원의 기술관리국이 독립해 설립된 역사가 있어, 과학기술정책이 산업정책의 하부로 인식되면서 목표 지향적인 성격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이면서 일사불란한 추격형 체제의 대기업 중심 산업을 선호해 왔고 지금도 그러해 대한민국 산업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벗어나 혁신적인 중소기업 중심의 수평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의한 산업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밀양 나노산단은 다양한 궤적을 염두에 두면서 혁신적인 중소기업 중심의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밀양 나노산단만의 차별화된 연구개발을 지향했으면 한다.

이제 화제를 본론인 나노피아2018로 돌려보자. 나노피아2018의 정체성과 외부에서 나노피아2018을 어떻게 볼까 궁금하다. 나노피아2018의 웹페이지 어디를 봐도 밀양의 나노산단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밀양이라는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국제학술대회 중에서 그렇고 그런 학술대회의 하나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향이 배어 있는 학술대회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개최 장소를 호텔에서 벗어나 표충사는 어떨까? 사자평은 어떨까? 밀양아리랑대축제나 밀양연극제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얼음골과 얼음골 사과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밀양의 특성을 갖추지 않는 한 성공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최하는 의미도 크지 않다. 촌티를 내자.

홍순철 (울산대 기초과학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