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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주민숙원사업 ‘군의원 맘대로’

원하는 사업 정해 예산 편성하고

공사도 특정업체에 맡겨

기사입력 : 2018-10-21 22:00:00

하동군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주민숙원사업을 예산에 편성하도록 한 후 이 예산을 특정업체를 지정해 공사를 배정하는 등 주민숙원사업 예산을 ‘쌈짓돈’처럼 활용하고 있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하동군과 군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편성된 제2회 추경예산에서 하동군 13개 읍·면 지역의 주민숙원사업은 155개 사업에 25억6800여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동군 13개 읍·면을 통해 이번 주민숙원사업 예산에 대한 취재 결과 전체 숙원사업 가운데 군의원들이 개입된 사업은 70여 건 13억5000여만원으로, 금액면에서 전체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의원들은 한 명이 적게는 1건에서 많게는 14건의 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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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의회./경남신문 DB/

특히 군의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영향력으로 마련된 주민숙원사업을 친인척이나 친분 있는 특정업체에 밀어주고 있다. 주민숙원사업이 군의원들의 예산 편성→예산 심사→업체 선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공적인 예산을 군의원들이 제멋대로 주무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민숙원사업은 주민들의 삶에 꼭 필요한 사업에 공익이 우선되고, 시급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 각 읍·면장이 예산을 집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군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사업의 우선순위는 배제되고 있으며, 주민숙원사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읍·면장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A면장은 지난 추경에 20여개 숙원사업을 신청했으나 대부분 탈락됐다면서 “주민숙원사업은 면장이 누구보다 잘 아는데 군의원들이 사업을 정해 이 업체, 저 업체에 공사를 주고 있어 면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개탄했다.

이번 추경은 지난 7월 8대 의회 출범 후 첫 예산 심사인데 임기 초반부터 고질적인 적폐를 드러내고 있어 군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하동군의원은 초선 6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한 군민은 “재선 이상 의원들의 이러한 예산 개입은 새 의회가 출범했음에도 구태를 벗지 못하는 부적절한 행위이며, 초선 의원들은 의원 신분 몇 달도 안돼 나쁜 것부터 먼저 배우고 있다”며 “8대 의회 출범 초기부터 이러니 향후 4년 임기 동안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군의원들이 주민숙원예산이 편성되도록 하고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월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집행부의 암묵적인 동의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집행부가 예산을 심사하는 견제기관인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원 편성 예산을 우선시하고 묵인하기 때문에 적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재익 기자 ji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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