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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초 만에 연기 뒤덮여 피해 커졌다

김해 빌라 화재 10명 사상… 우즈베크 어린이 2명 사망·2명 중태

화재 취약 ‘필로티·드라이비트’ 건물

기사입력 : 2018-10-21 22:00:00
20일 오후 7시 45분께 김해시 서상동의 4층짜리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건물 2층에 있던 A(4)군이 질식해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A군의 누나 B (14)양은 치료 중 이튿날 오후 사망했다. 형 C(12)군, 이종사촌형 D(12)군은 질식으로 위독한 상황이며, 주민 E(28)씨가 중상을 입는 등 이 불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같은 건물에 있던 주민 5명도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주차장에 있던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를 태워 1억80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건물은 지난해 발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마찬가지로 불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건축돼 ‘판박이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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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화재가 발생한 김해시 서상동 한 빌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화재 개요=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1층 주차장 중앙출입구 옆 1t 트럭과 승용차 사이 천장 부근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주차된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건물 천장과 외벽 등을 잇달아 태웠고, 이때 발생한 다량의 연기가 바로 옆 출입구와 2~4층 창문을 통해 순식간에 전층으로 퍼졌다. 당시 주차장 외부를 비추던 CCTV 영상 확인 결과, 행인이 화재를 최초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에서 화면상 연기가 처음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30초가량, 이후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는 데는 10여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어 소방대가 중앙출입구로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었다”며 “사다리를 펴 건물로 진입하니 A군과 B양은 1층으로 대피하던 중 1층과 2층 사이 층계참에, C군과 D군은 2층 복도에 각각 쓰러진 채로 발견돼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 왜 컸나=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을 단정할 수 없지만, 피해가 커진 데에는 지난해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처럼 불에 취약한 건물 구조와 마감재, 미비한 소방설비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해당 건물(642㎡)은 외벽 없이 기둥으로만 지지하는 필로티 구조의 건물로 1층은 주차장, 2~4층과 옥상에는 15가구 중 13가구가 거주 중인 주택이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화재가 발생하면 외벽이 없는 탓에 불길이 쉽게 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불이 잘 붙는 마감재를 사용한 것과 소방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합동감식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1층 주차장에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건물 외벽은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마감했다. 1층 천장도 가연성이 높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불이 쉽게 옮겨 붙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해당 건물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탓에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것도 불이 순식간에 번진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이튿날인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벌인 1차 합동감식에 이어 오는 23일 2차 감식을 통해 이날 난 불이 실화인지 여부와 함께 정확한 발화지점,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경찰은 해당 건물 소유주 E(70)씨와 건물 관리인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도영진·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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