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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압박에 공기업 채용시장 ‘복마전’

정부 방침 틈타 친인척 대거 정규직 전환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 수백 개씩 마련

기사입력 : 2018-10-23 22:00:00

공기업 전반에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무리한 일자리 정책으로 공기업 채용시장이 ‘복마전’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확대 방침을 틈타 임직원의 친인척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고, 고용통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 압박에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수백 개씩 만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맹우(울산 남구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제출받은 ‘단기 일자리 추가 고용계획’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단기 일자리 확충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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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경남신문 DB/


한전KPS는 연말까지 239명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기재부에 보고했다. 한전KPS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정비공사 보조인력 등 계약직 1538명을 뽑았다. 연말까지 추가로 뽑기로 한 인원을 포함하면 정원(6236명)의 30%, 1777명을 임시직으로 채우는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임직원 자녀 1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세습’ 논란을 빚었다.

한국가스공사도 기재부 압박에 연말까지 64명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비정규직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했는데 이 중 25명(2.1%)이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산업부 산하 공기업 14곳이 연말까지 단기 일자리 1252개를 더 뽑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업무 범위는 사무 보조와 자료 입력, 지원서 접수 정리, 식당 보조 등 단순 업무였다.

박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일자리 실적에 매몰돼 공기업들을 몰아붙이는 와중에 기업 내부에서는 경영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임직원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공기업 전반의 채용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울교통공사에서 불거진 고용세습 문제가 공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여권의 국정조사 수용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 이어 정의당도 가세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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