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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맘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오지아 소장

행복한 맘과 맘 이어 행복한 세상 만들죠

기사입력 : 2018-10-26 07:00:00


“좋은 사회는 맘(mom)이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엄마가 있다. 두 아이 엄마인 그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소감아(소녀감성아줌마)’ 모니터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낮에는 ‘맘(mom)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소장으로 지역사회와 엄마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퇴근 후에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잠이 들 때까지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4만명 엄마들의 이야기를 살피고 관리한다. 김해 장유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소감아’의 운영자이자 비영리 기구 ‘맘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소장인 오지아(39)씨 이야기다. 그녀는 왜 이토록 엄마들의 행복에 힘을 쏟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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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유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소녀감성아줌마’의 운영자이자 비영리 기구 ‘맘(mom)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소장인 오지아씨가 대한민국환경교육한마당 부스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엄마는 사회 소외계층= 오씨는 엄마들을 위한 활동의 시작이 ‘통닭 한 마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결혼과 함께 고향인 부산에서 낯선 도시인 김해 장유로 오게 된 오씨는 아이를 낳으면서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고고미술학을 전공했고,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던 반짝이던 오지아를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아동복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오씨는 가득 쌓인 옷 재고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플리마켓을 떠올렸고, 무작정 지역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 회원은 달랑 50명, 그중 8명의 판매자가 모여 첫 플리마켓을 열었다. 오씨는 그날 수십 벌의 옷을 팔아 현금 3만원을 손에 쥐었다.

“그날 밤 식구들과 3만원으로 치킨을 시켜 먹는데, 이상하게 자존감이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처음으로 내 힘으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오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동네 언니 동생 친구인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엄마’들이 소외계층임을 느꼈고, 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특별하거나 다 달랐던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 다 똑같이 엄마가 되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되면 자녀 외에 모든 것이 상실돼요. 워킹맘도 전업맘도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는 순간 사회적 배려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죠. 매 순간 나보다 가족이 우선시되는 상황 속에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상실감도 커지는데, 우리 사회는 그걸 알아주기보다는 요구만 하죠. 그걸 반복적 지속적으로 겪으면 내가 모래알보다 못한 존재 같아지기도 하고요. 그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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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유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소녀감성아줌마’의 운영자이자 비영리 기구 ‘맘(mom)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소장인 오지아씨. /성승건 기자/

◆엄마의 꿈을 위하여= ‘소감아’는 지역 엄마들의 플리마켓 창구이자 정보교류의 장으로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12년 50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불과 석 달 만에 1000명이 됐고 1년 만에 1만명을 훌쩍 넘겼다. 지금은 4만명이 활동 중이다. 이는 장유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오씨는 “장유가 신도시라서 젊은 엄마들이 대거 유입됐는데, 그 엄마들이 뭔가 소통할 창구가 필요했던 것 같고, 운좋게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며 “카페 규모가 커지면서 사건사고도 잦아지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가족처럼 같이 해준 스태프들 덕분에 즐거운 기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소감아 덕분에 장유의 엄마들은 정보를 교류하고, 만남을 가지고, 일자리를 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고, 사회공헌활동까지 하게 됐다. 특히 월 1회 열리는 ‘엄마마켓’은 경력이 단절됐던 엄마들의 꿈을 찾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회원들은 플리마켓에서 직접 만든 소소한 액세서리와 음식, 의류, 빵 등 다양한 물건을 팔기 시작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었다. 지난 7년간 ‘경단녀’ 엄마 80여 명이 카페를 통해 창업에 성공, 사장님이 됐다. 소품 작가부터, 환경운동가까지 직군도 다양하다. 오씨는 이를 엄마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가르치고 배우고 응원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정말 특별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엄마들이 새로운 꿈을 찾는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게다가 저는 그들로 인해 새로운 일(카페 운영)과 꿈을 찾았으니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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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유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소녀감성아줌마’의 운영자이자 비영리 기구 ‘맘(mom)이 행복한 마을연구소’ 소장인 오지아씨./성승건 기자/

◆맘이 행복한 마을 연구소= 소감아는 점점 바깥으로 활동 영역을 점점 넓혀 나갔다. 플라스틱 제로 운동 캠페인을 함께 하고, 플리마켓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을 돕거나 동네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매년 기부하는 금액만 수백만원이다.

단순히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했던 작은 단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곳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활동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오씨는 오프라인 활동에서 중심이 될 기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2015년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장유의 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함께 도왔어요. 시장 내부에 엄마들을 위한 강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장에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희 생각대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때 우리 가치관을 제대로 실현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결심 후 50일 만에 비영리 기관 ‘맘이 행복한 마을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지역사회 공헌과 마을이 행복한 일을 하자는 목표였다. 운영비는 소감아의 후원으로 충당됐다. 사실상 오 대표가 자신의 카페 수익금을 연구소에 투자하는 셈이다. 오씨는 “소감아를 통해 받은 사랑을 나누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연구소는 마을환경개선 사업, 엄마마켓, 행복공동체조성사업, 환경을 살리는 착한 캠페인 등 활동의 폭을 점점 넓혀 나가고 있다. 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행복한 맘을 통한 행복한 마을,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잖아요. 엄마들이 산후 우울증이나 외로움, 낮은 자존감으로 행복하지 않으면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고, 이런 아이들이 구성원이 되는 사회도 행복하지 않겠죠. 내 마음을 먼저 살펴보고 챙길 줄 아는 엄마가 아이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주고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엄마가 행복해야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오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지구별 여행을 실천하면서 따뜻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소감아 운영자로는 업사이클링(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또 엄마이자 맘카페 운영자로서 배려 있는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서 지역맘카페가 맘충 집합소라는 오명을 벗기를 바라요. ‘맘’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념이나 배려 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성숙한 온라인 문화에 앞장서서 저부터 더 노력하려고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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