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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김덕진 창원 희연요양병원 이사장

노인·재활환자 치료에 앞장

“양질 의료서비스 위해 ‘지역별 병상 상한제’ 필요”

기사입력 : 2018-10-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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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진 창원 희연요양병원 이사장이 재활치료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옳은 일은 항상 옳다’라는 울림 있는 철학으로 노인·재활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창원 희연요양병원 김덕진 이사장. ‘단 한 분의 신체 억제도 용인되지 않는 간호’, ‘단 한 건의 욕창 발생도 허용하지 않는 간호’로 매년 1000명 이상의 전국 병원, 공공기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병원을 견학하는 등 국내 요양병원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창원희연요양병원 김덕진 이사장을 만나 병원 운영철학과 국내 요양병원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창원희연요양병원의 운영철학인 ‘모든 이의 삶에 대한 존경’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이 세상은 사회의 여러 관계망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분을 중심으로 보호자, 동료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런 기본적 관점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는 현실을 상대에 대한 존경으로 순화해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모든 이의 삶에 대한 존경’을 기본 철학으로 설정했다. 특히 치매병동에 적힌 ‘기억은 잃어버려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희연의 정신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글귀이다.

- 재활의 궁극적 목표를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로 설정하고 로봇재활 등 다양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재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신다면?

▲재활은 ‘제2의 새로운 삶’으로 여길 정도로 인간 존엄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활의 본질은 무엇이냐?’를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익숙하고 정든 가정으로 조기복귀’이다. 따라서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앉고, 서고, 걷고, 먹고, 입고, 배설하는 기능 등 일상생활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능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130여명의 물리·작업·언어치료사들의 존재 이유이다. 지금껏 재활치료는 환자와 치료사 1:1 훈련으로 여겨졌으나 기술의 발달로 재활로봇이 개발되면서 효과와 효용성의 극대화로 진화되고 있다. 예컨대 초기 보행훈련에 있어 환자와 치료사가 15분 동안 훈련하는 보행은 15보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시간에 환자와 치료사 그리고 로봇이 결합되면 150보를 훈련할 수 있어 가히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재활로봇 4기종 6대를 도입·가동하면서 환자, 가족, 치료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상시 재활 구현이다.

- 창원희연병원은 2011년 국내 의료계 최초로 환자의 손과 발을 묶지 않는 ‘신체억제 폐지’ 선언을 했다. 이유는?

▲대학병원 등 급성기 의료에서는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회복기나 만성기 의료에서는 손발을 묶지 않아도 보살핌이 가능하다는 실증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인근 일본만 하더라도 폐광촌 병원의 주도로 1998년 ‘신체억제 폐지 후쿠오카 선언’이 기폭제가 돼 일본 의료기관 전체에 파급되었고, 이제는 묶지 않는 간호가 당연시되고 있다.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인공호흡기 호스를 제거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도 있지만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억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환자의 손발을 묶는 것은 그의 인생을 묶는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강한 인상을 남겨주고 있다.

- 국내 요양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대안이 있다면?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요양병원은 2011년 988개에서 2016년 1428개로 5년 새 1.45배 늘었다. 국내 요양병원 진료비도 2007년 6723억원에서 2016년 4조422억원으로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노인 의료서비스 질 경쟁보다는 일부에서 국가에서 정한 가격보다 더 싼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의료 서비스 질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지역별 병상 상한제 등 제도적 장치와 경영자의 철학 정립이 요구된다.

-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는 물론 전국의 병원, 공공기관,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에서 재활치료와 노인의료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매년 1000명 이상이 견학을 온다고 들었다. 또 16년 전부터 일본 병원연수도 인솔하고 있다는데?

▲지난해 1224명이 창원 희연병원을 찾아 다양한 재활치료와 시설 등 선진화된 노인요양의료 시스템을 둘러보았다.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병원의 경우 희연 시스템을 롤모델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며, 서울대 보건정책연구실 석·박사과정 연구생을 비롯한 기관 단체들은 우리나라 노인의료 표준화를 연구할 목적이 대부분이다. 건강세상 네트워크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단들의 견학은 환자 인권을 중심으로 실현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방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 병원 현지연수는 2002년부터 연인원 1909명을 인솔하여 일본의 선진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앞서 경험한 일본 의료 시스템을 연구해 각자 병원에 접목해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 2016년 전국 처음으로 ‘모든 병실 1인실 호스피스 클리닉’을 개설했다. 어떤 이유로 개설하게 됐는지?

▲노인의료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레 죽음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일본 친구의 도움으로 다행히 일본 호스피스계 권위자를 소개받아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한 인간이 태어나 긴 인생을 살아오다 강 건너 신의 부름을 받는 그 과정도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도록’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전문교육에 심혈을 쏟고 있다. 수시로 방문해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 자원봉사자들이 일등공신이다.

- 아시아만성기의료협회 부이사장, 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데 어떤 단체이며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일본, 중국, 한국 3개국이 가맹된 아시아만성기의료협회의 회원국으로서 만성기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와 해당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공동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회복기 재활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재가시설 등의 의료, 복지서비스 표준화와 신뢰받는 병원상 정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 김덕진 이사장은?

1952년 창녕 남지 출신으로 동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형(한서병원 이사장) 권유로 의료계에 입문해 연세대 의료복지 고위과정과 부산대 의료최고위자과정을 수료했다. 경남원우회장,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원회 위원,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1992년 우리나라 노인전문병원 1호를 개설했다. 현재 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과 아시아만성기의료협회 부이사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는 등 요양병원 분야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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