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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소 한우 이야기- 한일문(경남과기대 산학협력 교수)

기사입력 : 2018-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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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개수대 앞이 모처럼 분주하다. 세일 전단지를 본 아내가 시집간 딸아이 집에 보낼 양으로 한우 사골과 잡뼈, 사태살을 사서 고고 있는 듯싶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곰탕집 무쇠 솥에서 푹 곤 곰국에 기름기가 반지레한 쌀밥을 말아서 시큼한 깍두기와 함께 먹는 그 맛은 정말 일품이다.

이렇듯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는 고기를 선사하는 한우는 약 6000여 전 중앙아시아에서 몽골과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와 기후 풍토에 맞게 혈통이 고정되었다. 한우의 수명은 대략 15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30년 이상도 산다고 한다.

어린 시절 방앗간을 했던 필자의 집에는 우마차를 끌던 13살 동갑내기 검둥이 소가 있었는데 그 소도 분명 한우였다. 다들 한우는 황갈색이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우의 모색(毛色)은 검은색인 흑우(黑牛)와 무늬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호반우(虎斑牛)며, 박목월 시인의 ‘얼룩송아지’도 ‘칡소’라고 하는 한우다.

이렇듯 다양한 색깔의 한우가 일제 강점기 때 ‘누렁이 단일화’라는 미명 아래 황갈색 한우만 남기고 자기네 소인 ‘화우(和牛)’와 비슷한 다른 모색의 한우는 모두 도태시켜버린 가슴 아픈 역사도 있다. 다행히 사라진 한우를 복원하려는 연구와 뜻있는 축산인들의 노력으로 현재 제주도와 울릉도, 우리 지역 고성 등지에서 상당수의 유색 한우가 길러지고 있다.

다음은 쇠고기 요리의 다양함을 알아보자.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영국과 프랑스인은 쇠고기를 35개 부위로 나누어 먹는데 비해 한국인은 무려 4배나 많은 120개 부위로 세분화시킨 우리 민족의 요리법을 경탄한 바가 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현재 시판하는 쇠고기 부위도 39개나 되는데, 갈비만 해도 앞갈비, 중간갈비, 뒷갈비, 갈빗살, 미구리, 토시살, 안창살, 제비추리 등 8가지나 된다. 요리 또한 내장(內臟)을 이용한 요리만 100가지가 넘는다. 무릇 겨울철은 몸을 보신(補身)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럴 때 세계적인 명품 한우가 선사하는 맛있는 쇠고기 요리로 보신을 해봄은 어떨까.

한일문 (경남과기대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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