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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정든 내 집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삶

기사입력 : 2018-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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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자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간호부장)


우리나라의 말기 질환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7만여명, 이 중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시설인 호스피스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17.5%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암 환자의 50%가 호스피스기관 이용, 말기 환자의 30%인 70만명이 임종 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다. 호주의 경우 호스피스센터에서 보살핌을 받다 임종하는 환자는 연간 2만4000명으로 환자 3명 중 2명꼴이다. 일본의 경우 환자와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신적 치료도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재택 완화 치료를 하는 왕진의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수의 환자만이 호스피스 혜택을 받고 있으며, 핵가족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로 돌봄 인력이 필요해도 기관이 그런 제도가 없을 경우 경제력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가정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들이 친숙한 환경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환자의 사생활이 보장되고 자율성이 존중되므로 환자가 좀 더 편안하게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인 가정에서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이상적인 임종 장소로 가정을 선호하고 있으나 가정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 호스피스 전문기관이나 일반병원, 요양병원 등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게 대부분 현실이다.

그런 임종보다는 일반병원이나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후 친숙한 환경인 자신의 집에서 가정 호스피스를 받으며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생애 마무리를 편안하게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재택 암환자들 중 호스피스 대상 환자들에게 가정 호스피스를 제공하므로 조기발견, 조기개입으로 많은 말기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 혜택을 받아 삶의 질이 향상되고 마지막 삶을 더욱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본다. 더욱이 가정 호스피스가 활성화되면 호스피스 전문기관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입원한 말기 암 환자들의 퇴원율을 높이고 재원 기간을 감소시키면 말기에 무의미한 연명으로 인한 의료비용 절감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집에서 환자를 돌본다는 건 불안감, 무력감 등으로 신체·심리적 소진이 오게 되어 결국엔 입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호스피스전문팀이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여 환자를 돌보고 필요시 자원봉사자도 연계하면 가족의 소진도 줄이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호스피스 보조활동 인력을 정부의 지원받아 가정에서도 돌봄이 가능하도록 한다.

WHO에서는 효과적인 완화의료 프로그램으로 돌봄의 전 영역 특히 일차의료 영역과 가정에서의 돌봄을 포함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가정에서 지내거나 가정에서 임종하기 원하는 상당수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가정 호스피스는 가정에 있는 환자들 중 호스피스 서비스가 필요한 말기환자와 가족에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말기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 보장과 말기 환자와 가족의 불편 및 경제적 손실도 경감할 수 있는 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종자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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