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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고라니 습격에 농가 피해 속수무책

도내 최근 3년간 17억8500만원 피해

직전 3년간 피해액보다 3억원 늘어

기사입력 : 2018-11-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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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지어놨는데 속에 천불나지.”

밀양시 부북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70·여)씨는 요즘 밭에만 가면 울화통이 치민다. 최근 밤새 멧돼지와 고라니가 번갈아 내려와 깨와 콩, 땅콩을 다 파헤치고 달아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궁여지책으로 야간에 조명을 밭에 비추거나 라디오를 크게 켜놓기도 했지만 피해를 줄이지는 못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박씨처럼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최근 3년간 벼, 과수류, 채소류, 기타 농작물 등 3461건 17억8500만원에 달한다. 직전 3년(2012~2015년)간 발생한 14억4400만원보다 피해가 더 증가하는 등 매년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1.2배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적으로는 100억~15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환경부가 집계했다.

특히 번식력이 좋은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주택가에도 출현해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멧돼지 개체수는 45만 마리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10만 마리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월동준비를 위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주택가로 내려오는 멧돼지가 급증하다 보니 아찔한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5분께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에서는 밭일을 하러 가던 A(69)씨가 멧돼지에 양쪽 허벅지를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100kg 무게의 멧돼지는 경남수렵협회 소속 회원에 의해 이날 오후 2시 15분께 사살되기도 했다.

옥수호 경남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멧돼지는 전문 엽사 외에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무서운 맹수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멧돼지와 대결하려는 것은 몹시 위험한 행동이다”며 “마주친 경우에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수렵장과 포획단을 운영하지만 멧돼지의 급격한 번식력을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다. 또 안전과 민원을 이유로 수렵장 운영을 꺼리는 실정이다.

한편 올해 도는 20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통영, 의령, 함안, 고성 등 4개 시·군 1099㎢ 구역에서 광역순환 수렵장을 운영한다.

앞서 도는 지난달 수렵장 운영 시·군으로부터 포획승인 신청을 받아 모두 1054명(통영 16명, 의령 430명, 함안 327명, 고성 281명)을 승인했다. 이들은 멧돼지, 고라니, 까치 등 16종의 유해야생동물을 일출부터 일몰까지 포획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진주, 사천, 남해, 하동에서 수렵장을 운영해 멧돼지 462마리 등 야생동물 1만4490마리를 포획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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