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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획] 소비자 규정, 모르면 ‘호객’ 알아야 ‘고객’

째깍째깍 시간 간다, 재깍재깍 환불 받자

20분~30일 호갱 탈출 시간

기사입력 : 2018-11-19 22:00:00


방사선물질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최근 대진침대 사건은 소비자 한 명의 신고가 발단이 됐다. 해당 소비자는 침대 매트리스의 라돈 검출 사실은 우연히 알았지만 검사기관을 통한 구체적 검사, 소비자 모임 등 발견 이후 대처는 현명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대처가 문제가 된 매트리스 6000여 개 수거까지 이뤄지는 결과를 낳았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모든 물품을 단 몇 분 만에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구매한 상품으로 입은 피해 보상이나 환불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내달 3일 법정 기념일인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1372)인 마산YMCA 시민 중계실에 접수된 피해구제 사례를 통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법을 소개한다.

메인이미지사진출처 /픽사베이/


◆방문판매 제품 ‘14일’을 기억하자

김해에 사는 김모(34·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18개월 아기를 키우는 김씨는 유아용 교구를 큰마음 먹고 185만원에 계약했다. 해당 교구를 활용한 방문교사의 수업을 한 번 받은 후 김씨는 아기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환불을 요구했다. 업체 측에서는 구매결정 후 14일이 지났고 제품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했고, 김씨는 가정교사의 방문이 14일 이후 이뤄졌고 방문교사가 제품을 개봉했다고 맞섰다. 한 달여 실랑이 끝에 김씨는 50만원을 제외한 135만원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계약 체결 후 14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는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그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처럼 방문교사가 14일 이후에 첫 수업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계약금 전액을 환불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제품 사용(개봉) 후 환불에 관련해서는 판매원이 제품 사용 후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같은 법에 따라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판매원이 제품을 미리 시험 사용하기 위해 개봉한 것이라면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환불 불가’ 알렸어도 인터넷 구매 땐 환불 가능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는 제품 중 특히 SNS나 개인 쇼핑몰에서 특가나 주문제작을 이유로 애초부터 환불이 안 된다는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환불이 안 된다고 미리 알렸더라도 전자상거래 구매 특성상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없는 특성으로 주문 취소나 반품 금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은 효력이 없다. 특히 주문제작 제품의 경우에는 판매자가 제시한 종류·디자인 중에서 선택해서 구매했다면 주문제작에 해당되지 않아 7일 이내 환불 가능하다.



◆통신기기, 소비자 문의 가장 많아

최근 3년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전국적으로 접수된 소비자 문의 중 가장 많은 제품이 통신기기로 7만9338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품질·AS 관련 피해가 699건(80.3%)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스마트폰 구입 후 10일 이내 주요 기능들을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 하자가 있어 스마트폰을 환불받으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구매 10일 이내에 환급·제품교환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입 후 1개월이 지나면 품질보증기간까지는 환불이 아닌 무상수리가 우선된다. 한편 품질보증기간 내 동일 하자 2회 수리 또는 여러 부위 하자 4회 수리했으나 또 고장나는 경우에는 구입가격 환불이 가능하다. 특히 이런 경우를 대비해 수리를 받았을 때는 어떤 부위를 몇 회 수리 받았는지 알 수 있도록 매회 수리 내역서를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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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30일 전 환급 요청

A씨는 대만여행 패키지 상품을 계약하고 여행대금 410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위암 발병으로 여행 개시 1일 전 계약 해제를 요청했다. 이 경우 국외여행표준약관 제15조에 따라 위약금 없이 여행대금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법 제674조의 3에는 여행사에 발생한 손해가 입증될 시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A씨는 여행사 손해액을 제외하고 환급받을 수 있었다.

해외여행은 여행 개시 30일 전에 계약 해제를 요청해야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특약사항이 있는 계약의 경우 일반 상품보다 훨씬 많은 위약금을 부과하므로 특약사항 및 계약 해제 시 위약금 관련 내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신중히 계약해야 한다. 반면 최저모객 미충족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취소될 경우 여행사가 이를 출발 7일 전까지 알리지 않았다면 여행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여행사가 여행 당일 여행 취소를 알렸다면 계약금과 여행요금의 50%를 배상해야 하고, 1일 전 통지 시 여행요금 30%를 배상해야 한다.



◆입증은 소비자 몫… 증거 남겨놔야

B씨는 휴대폰 계약을 해제하고 이민을 갔고 7년이 지나서야 매달 휴대폰 요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해당 통신사에 전액 환불을 요구했으나 통신사에는 계약 해제 기록이 없었고 B씨에게도 당시 계약 해지를 했다는 증거 자료가 없었다. 보통 6개월 이상 통신비가 지출됐을 경우 통신사 측은 소비자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입증 자료가 없던 B씨는 7년치 통신비를 돌려받을 수 없었다.

앞선 사례를 종합해보면 제품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구입 후 7일 이내 등 기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해진 날짜에서 하루라도 지나면 환불받기가 어려워 구입 시점을 입증하는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큰 금액의 물건을 구입할수록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고 개봉 과정 사진을 남겨둬야 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개봉 시 켜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개봉 동영상을 남겨놓는 것이 가장 정확한 입증방법이다. 또 △장기간 계약 체결 시 계약서를 꼭 받고 계약 기간·위약금 등 내용 확인 △사은품이 있는 경우 중도해지 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 사은품 명칭·가격 확인 △판매자가 취소를 안 해줄 경우 청약철회 기간 내에 우체국을 통해 내용증명 발송하기 등을 알아두면 효과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나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지역 단체의 소비자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마산YMCA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 발생 시 약 50%는 입증자료 부족으로 보상이 안 되고 있는 만큼 사진·영수증·계약서 등 소비자들이 자료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며 “도내 각 소비자단체 등에서 소비자법률대학·취약계층 소비자교육이 매년 수차례 진행되고 있으니 변화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를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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