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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동물뇌와 인간뇌- 최은아(인산죽염(주) 대표)

기사입력 : 2018-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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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어수선한 느낌이다. 정치적, 경제적, 국민정서 모두 불안정하다. 인터넷이 발달해 전 국민이 모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즉각 반응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옛날처럼 소수의 몇 명이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모두가 함께 이끄는 세상이 오고 있다.

신경과학자 맥린은 인간의 뇌는 3층구조인데 1층은 호흡, 심장박동 등 자극반응만 하는 생명뇌-파충류뇌이고 2층은 공포, 도주 등의 감정뇌-포유류뇌이며 3층이 인간에게만 있는 이성뇌라고 한다. 인간은 동물적 요소와 인간만의 진화된 부분을 모두 갖고 태어난다. 이는 인간은 태어날 때는 동일한데 누구는 이성이 감정을 통제하는 힘을 길러 이성을 더욱 발달시키고 발전해 나가고, 누구는 이성적 힘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동물적 상태에 머물러 자신의 이성적 능력을 퇴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성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즉 자기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쉽게 분노하고 감정에 매몰돼 합리적 판단이 어려워지고 문제나 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해 사회에서 도태하기 쉽다. 극단적인 예가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날 때부터 범죄자나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뜻이며 주변 환경에 의해 이성뇌의 발달이나 자아 발전의 기회를 얻지 못해 도태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통제된 전근대적인 사회 전체의 이념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가정의 억압된 정서환경, 열악한 경제환경, 신체적, 정신적 학대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병든 범죄자나 심리적으로 병든 정신이상자는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가정, 사회 전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사회가 미성숙하면 가정이 미성숙할 가능성이 높고 가정이 미성숙하면 개인이 미성숙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의 이성적 뇌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이 중요하고 사회 전체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인터넷 댓글은 비난과 혐오로 도배돼 있다. 심리치료정신의학자 보웬은 가정이나 사회가 미분화될수록, 즉 자기분화도가 낮을수록 상대방을 비난하고 이기적이게 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분화란 인간을 각자 분리된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며 가족이라 하더라도 자신과 상대방을 서로 다른 감정과 경험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다. 보웬은 자기분화력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자기분화력이 클수록 이성이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자기가 자신을 관리할 수 있게 될 때 인간은 보다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가정을 예로 들면 부모가 자기분화도가 높다면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대리만족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동등한 개별자아로 존중하며, 감정적인 비난을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전하게 양육하게 된다. 자식은 정서적 성숙을 이루고 다른 사람의 무책임함을 탓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책임을 완수해 나간다. 자기분화도가 높은 이런 가정에서는 살면서 맞닥뜨리는 갖가지 위기나 문제상황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가정환경이며, 이런 구성원이 많은 사회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며 각자의 책임을 완수해 나가니 국가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가 어수선할수록 각 개인이 인간뇌인 이성뇌를 활발히 가동시켜 감정을 통제하고 비난을 순화하고 각자의 책임을 다하여 어떤 위기도 잘 해결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은아 (인산죽염(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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