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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학교 성평등 교육, 더 많이 더 새롭게 해야 한다-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기사입력 : 2018-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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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도 우리 정치의 주요 변수로 ‘젠더’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고 ‘성평등기본법 개정’ 등 여성의제를 공약으로 다수 수용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에 의하면 한국 정치의 최대 변수이던 지역과 이념, 그리고 세대에 이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치적 견해에서 젠더 차이가 두드러지는 ‘젠더 정치’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여성과 남성의 젠더 갭(성별분리현상)은 정치영역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교육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0여 차례 학교 학생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했다. 여기서의 ‘성평등’이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수업을 하였는데 대체로 초등학생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었다. 오히려 일부 선생님들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축구를 남학생들만 시켜서 여학생이 자기도 축구 하겠다고 하니까, 다치니까 여학생 팀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고 한다. 여학생에 대한 배려라고 하지만 운동을 하다가 남녀학생 다칠 수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 배제가 될 수 있으며 여학생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또 남학생들은 같은 잘못을 했는데 여학생보다 더 많이 야단맞는다고 차별받는다는 얘기를 했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고등학교 수업에 들어가 보면 여학생반과 남학생반의 젠더 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반의 경우 페미니즘 책이나 SNS를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이나 성추행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이 많았다. 남학생반의 경우 손아람씨의 세바시 강연 ‘차별은 비용을 치른다’를 보여줬다. 강연 내용에 고용노동부 자료를 인용하여 성별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내용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듣지 않으려고 하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남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게임, 웹툰을 보면서 한쪽 방향의 왜곡된 정보만 접하면서 편향적 사고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현상은 대부분의 강사들이 토로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지금의 20대의 성별 간 젠더 갭도 문제이지만 지금 10대인 청소년들의 젠더 갭은 더 넓고 깊은 것 같다.

성평등 강사들의 공통된 얘기는 여학생들은 다수가 페미니즘 책을 공부해서 성평등 의식이 높아 오히려 강사가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편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SNS 등 언론매체에 의해 현실인식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참여식 성평등 교육이 돼야 한다. 청소년 (녀)들이 함께 살아가는 주체로 존중하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강사들이 교육을 하지만 구원자는 아니다. 주입식 강의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조력자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왜곡된 정보는 질문을 던지고,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고 찾아보면서 참여식 수업이 돼야 한다.

범국가적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시급하고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고 여러 가지 대안과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재도 이렇지만 미래는 더 심각하다. 도교육청이나 경상남도, 창원시 등 지방정부에서도 학교에서의 ‘성평등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집합적 교육보다는 반별 참여식 수업이 돼야 하며,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필요하다. 전 학생들을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특정한 학년을 선정해서 전체적으로 다 할 수 있도록 예산이 필요하다. 이미 부산시와 서울시의 경우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성평등 교육’이 될 수 있으며 여남이 함께 공존하고 존중받는 우리사회를 만들어 갈 책임이 있다.

이 경 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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