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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74)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44

‘경제는 그 어떤 학문보다 중요하다’

기사입력 : 2018-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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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중국의 역사 책에는 특이하게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사기열전에는 <화식열전>이라는 이름의 부자열전까지 있다. 한국은 역사서가 잘못 집필되어 있다.

역사서에 부자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자는 물론 상인(商人)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인이라는 말도 상나라에서 왔다. 중국의 상나라가 멸망하자 백성들이 나라 잃고 떠돌았는데 장사를 하기 위해 떠도는 사람들 모습이 흡사 상나라 사람 같다고 하여 상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동양에서 최고의 성군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중국의 순 임금은 기주(冀州)에서 태어나 역산(歷山)에서 농사를 짓고, 뇌택(雷澤)에서는 물고기를 잡았으며, 하빈(河濱)에서는 질그릇을 굽고, 부하(負夏)에서는 장사를 하여 크게 이익을 얻었다. 역산에서 농사를 지을 때는 사람들이 좋은 땅을 서로 양보하였고 뇌택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는 좋은 자리를 알려주었다. 질그릇을 구우면 깨어지거나 못 쓰게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순 임금은 농업, 어업, 공업, 상업에 모두 종사했다. 신화나 전설의 시대로 불리는 요순시대에 이미 장사를 했다. 사기의 <오제본기>에 나오는 기록인데 순 임금의 효와 덕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화이지만 경제가 언급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나라를 세우거나 다스린 지도자 중에 상인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역사에서 성리학은 이상적인 학문에 지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먹고사는 경제는 천대를 받았다. 경제는 역사가들의 관심 밖이었고 지도자들도 경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록에서도 경제를 찾아볼 수 없다.

‘경제는 그 어떤 학문보다 중요하다.’

김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경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라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애들은 학교에 갔어요. 나는 책 읽고요.”

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은 상당히 덥다고 하던데 괜찮아?”

서울의 더위에 대해 북경의 방송에서도 보도되었다. 수십 년만의 더위라고 했다.

“괜찮아요.”

“내가 모레 서울에 갈 거야.”

“잘 되었어요. 그러잖아도 신랑이 보고 싶었어요. 신랑은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산사가 애교를 부렸다.

“보고 싶었지.”

김진호가 유쾌하게 웃었다.

“수요일 마중 나갈게요.”

“괜찮아. 시언이와 준희는 어때?”

“잘 지내고 있어요. 시언이는 연기 연습도 하고 있어요. 대본을 완전히 외웠어요.”

“시언이는 잘할 거야.”

“점심 식사 뭐 먹을 거예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장 주임하고 할 생각이야.”

김진호는 산사와 10분 정도 통화를 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유이호에게 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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