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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주말과 테마여행-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기사입력 : 2018-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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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말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주말이란 참 매력적이다. 연말은 시끌벅적하다는 느낌이 들고, 월말은 뭔가를 정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주지만, 주말은 여행과 만남을 위한 신나는 계획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말이 되면 테마가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나는 지난 주말엔 우리 지방의 아름다운 도시 통영을 찾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쪽빛 바다의 시원함과 겨울 햇살이 교차하는 이 눈부심이 있는 항구 도시 통영, 섬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그 풍경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이 아니었다.

산양 일주도로를 달려 달아공원에 이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수려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달아공원의 인근에 자리한 통영이 낳은 위대한 문학가 중 한 사람인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을 찾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통영 앞바다에 에워싸여 양지바른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박경리 기념관에서는 그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아담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채워진 박경리 공원과 묘소는 그녀의 평소 성격만큼이나 소박하고 깔끔해서 좀 더 오래 머물다 오고 싶었다.

그녀는 암 진단을 받고 대수술 후 암투병 중이었을 때도 민족사의 대드라마 <토지>를 써 나가는 일을 계속했다. 건강이 악화된 작가로서 다가올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감을 <토지>의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앞으로 나는 자신에게 무엇으로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나는 그 예감들을 추측하면서 박경리 친필 원고 한 장 한 장을 눈여겨보았다. 26년간에 걸쳐 불굴의 의지와 끈기로 4만여 장의 원고에 600만 자를 쏟아 부어 완간한 대하소설 <토지>는 우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박경리 기념관 뒤뜰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동상이 세워져 있다. 거기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글귀 속의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노년기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내려왔다.

황 채 석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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