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버려야 할 때- 이준희(문화체육부 부장)

기사입력 : 2018-12-07 07:00:00


불교 경전 화엄경에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글귀가 있다. 이 글귀는 2016년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 정상화를 당부하며 인용했던 말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 먼 훗날을 근심하고 있으니 근심은 집착이 되고, 집착의 뿌리는 욕심이 된다는 것으로 그 뿌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새로운 삶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무가 꽃을 버리고 강물이 강을 버리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버려야 하는 때’이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내려놓고 비워 내는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 인생의 지난한 여정 속에서 내려놓음이 늘 중요하겠지만 커다란 변화가 있을 때 내려놓음을 실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때의 내려놓음은 새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잘 살고, 잘 죽는 것도 잘 내려놓음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만을 믿고 남을 무시하거나 거친 말투로 하대하기도 한다. 남에게 배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며, 챙겨줌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고, 남을 더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해주는 이를 오히려 더 가벼이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버리지 않은 오만함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욕심도, 과욕도, 집착도, 시기·질투도, 근심·걱정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으면 다시 행복이 채워진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비워야 채워지며, 내려놓아야 오르는 것이 세상의 순리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 새로운 삶과 희망을 기대할 수 있기에 힘겹게 오늘을 버티는 것이다. 바다와 같이 넓은 곳으로 가기 위해 탄탄한 강도 버려야 할 때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겼으면 한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이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