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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산동네 홀몸 어르신 추운 겨울나기 “한 달 생활비 25만원, 연탄 한 장도 아껴야”

노인연금이 식비·전기세 등 전부

미닫이문 틈 찬바람 막기 쉽지 않아

기사입력 : 2018-12-09 22:00:00


올겨울 첫 한파가 찾아든 지난 8일 홀몸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의 산동네는 도심보다 유난히 더 추운 듯했다. 해발 271m의 금병산을 타고 내려온 찬바람이 좁고 구불구불한 산동네 골목길을 훑고 다니며 집집마다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찾아든 한파는 지난해 수술한 다리로 보행기 없인 걷기조차 힘든 신모(79) 할머니와 같은 ‘난방 취약계층’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신 할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미닫이문 틈새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으려 방문에 커튼까지 달아놨다. 이마저도 엉성하게 설치된 탓에 이날 아침 커튼봉을 지지하던 쇠못이 갑자기 빠지면서 할머니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다. 이때 난 상처로 할머니는 피까지 흘렀지만, 몇 시간 뒤인 오후 1시께 집을 찾은 기자가 오른쪽 콧불에서 팔자주름까지 말라붙어 있는 피딱지를 알려주기 전까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은 듯 휴지로 닦아내며 다시 달아놓은 커튼만 불안한 듯 바라보았다.

메인이미지한파가 몰아친 8일 김해시 진영읍에 사는 신모 할머니가 뚜껑을 열어 연탄보일러를 확인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아이고, 이거 찍힌 줄도 몰랐네. 그것보다 저거(커튼봉) 못을 다시 박는다고 쳤긴 쳤는데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네. 커튼이라도 안 치면 바람이 자꾸 들어와서….” 신 할머니는 연탄으로 매년 겨울을 난다. 할머니는 안방이 온종일 따뜻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연탄 3장은 써야 한다면서도 보통 2장만 사용한다고 했다. 최근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연탄 250장을 받았지만 겨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월 정부로부터 받는 노인연금 25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인 할머니에게 연탄 구입비용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아들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할머니를 봉양하지 못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석 장 때면 뜨신데… 애껴야지. 최소 석 달은 버텨야 돼서 너무 추운 날에만 석 장 때고 나머진 두 장만 써. 담요하고 이불하고 2겹으로 덥으면 개안타”며 “겨울엔 쌀보다 연탄이 중요한데, 복지관에서 연탄을 보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박모(71) 할아버지 집에도 겨울 한파는 여지없이 찾아들었다. 할아버지는 이날 아침 강추위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안 나온다며 걱정했다. 얼어붙은 것은 수도관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지난해 3월부터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을 주고 살고 있는 단칸방은 발끝을 서늘하게 할 만큼 냉골이었다. 오직 전기장판이 깔린 1평 남짓한 할아버지 잠자리에만 온기가 머물러 있었다.

할아버지는 “기름 보일러는 밤에 자기 전에만 켠다. 요새 세상이 좋아져서 전기장판하고 옆에 전기난로만 있어도 뜨뜻하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할아버지의 잠자리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 제일 밑에 단열장판을 깔고 그 위에 이불 3겹을 층층이 쌓은 뒤 전기장판을 펴놓은 상태였다. 추위가 심해지는 밤이면 여기에 더해 두꺼운 전기장판을 하나 더 깔고 잠을 잔다. 그러면서도 “괜찮아. 아무 상관없어. 불편한 건 없어. 이 좋은 세상에…”라고 했다. 집주인에게 얼어붙은 수도관 수리를 요청하는 게 좋겠다는 기자의 권유에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의 담당 사회복지사는 “겨울에 정말 추운데도 기름값 등 난방료가 비싸서 보일러를 잘 안 쓰신다. 대신 전기장판을 주로 사용하신다”며 “신 할머니처럼 연탄 때시는 분들을 찾는 후원자가 있어 연탄을 전달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았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이 11만1534명(2017년 기준)이며, 4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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