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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경남도립무용단 재창단을 꿈꾸며- 김미숙(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18-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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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향상’을 서두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게다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경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경남도립예술단 설립’과 ‘문화예술 창작공연 지원’이라는 공약을 발표하여 우리를 더 애타도록 했다. 그러나 막상 공약을 살펴보니 여러 공약 중에서 맨 아래에 ‘도민을 위한 예술·체육·문화생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라는 글귀 아래에 포함되어 있다.

예비예술가인 학생들은 예술 지상주의를 꿈꾸며 멀리서 진주까지 유학을 와서 밤낮 없이 예술가 길을 가기 위해 학업에 몰두한다. 그러나 2학년부터는 조금씩 생각이 달라진다. 직업 전선에 입문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힘든 일이라 여기면서 큰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 복수전공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직업현장으로 들어서기는 더 어렵다. 대학생활 4년 동안 예비무용가로서 손색없이 교육시켜 사회로 배출하면 한 반에서 20~30% 정도가 그 열악한 예술강사나 다른 지역의 공공 예술단을 지원해서 나간다. 아까운 인재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니, 우리 지역에서는 능력 있는 재원을 남의 동네에 다 내어주고 텅 비어 있는 집처럼 허무하게 세월을 보내 왔다.

경기도로부터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경상북도까지 모두 도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다른 지역의 도립예술단이 활동하기 이전인 1984년 도내에는 경남도립무용단이 이미 있었다. 그러나 3년 이후인 1987년에 창원시에서 도립무용단을 창원시립무용단으로 받아들여 둔갑을 해버리고 말았다. 30여 년간 경남은 그동안 도립예술단체 없이 문화예술진흥원이나 경남문화재단으로부터 국가가 지원해 주는 지원금 배당을 받아오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심의를 거쳐 선정된 단체들은 도심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진정 소외된 지역이나 농어촌지역에서는 문화예술 향유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2011년 지각 있는 도위원 중 한 분이 ‘도립예술단 창단을 촉구’하며 “오늘날 21세기 많은 경제학자들은 문화예술정책이 경제와 사회를 포함한 모든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라고 언급하며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밝혔다.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가 대두되었을 뿐 아니라 6차 산업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에 우리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군취가무음주(群聚歌舞飮酒) 주야무휴(晝夜無休) 기무수십인(其舞數十人) 구기상수(俱起相隨) 답지저앙(踏地低昻) 수족상응(手足相應) 행도주야(行道晝夜) 무로유개가(無老幼皆歌) 연일성부절(連日聲不絶)의 내용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을 대상으로 1차 산업과 2차 산업, 3차 산업이 만나서 자연으로 돌아갈 때 우리의 감성 또한 다시금 종합적 예술 형태인 제천의식에 임하며 답지저앙과 수족상응에 신명을 실어 더욱 상승되는 6차 산업으로 함께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도청에서는 경남도립예술단 창단을 위해 설문 조사를 거쳐 공청회를 준비 중이라 한다. 여러 예술의 장르에서는 모두가 함께 창단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예산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늘 당당하게 <옛부터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고 내세워 얘기했지만 내 마음 한편에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도립무용단이 없는 경남의 춤을 운운하고 있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경남의 도립무용단이 1984년에 창단되어 3년 만에 무산되었고,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소재지인 진주는 비상임 체제로 진주시립무용단이 1989년에 창단되었다가 2005년 이후 해단되어 버린 상황을 마주보고 있다.

이 새내기 사회 초년생들의 일자리 창출은 일거양득이 아닌 우리 지역의 6차 산업에도 발맞춰 경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일거다득의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미숙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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