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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51) 담도암 앓던 아버지 잃은 삼남매

“함께 집에 돌아가길 바랐는데”

가장 잃은 네 식구 ‘생계 막막’

기사입력 : 2018-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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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가 아빠를 간호하고 있다.


지연(가명)이는 올해 스무 살이다.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 캠퍼스를 맘껏 누빌 나이인데, 지연이는 지난가을을 꼼짝없이 병원에서 지냈다. 그것도 집을 떠나 객지인 서울에 올라가 병원에서 병원밥을 먹고 병실 귀퉁이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지연이가 병원에서 생활하게 된 건 지난 추석을 전후해 아빠가 담도암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아빠는 트레일러 운전을 했다.

몇 년 전 운송사업에 실패한 이후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뒤 얻은 일자리였다. 작은 임대아파트를 얻어 생활했지만 아빠와 엄마, 지연이와 동생 수연이, 막내 태연이 다섯 식구는 서로를 의지하며 재기를 꿈꿨다. 트레일러 운전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극한직업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데 만족했고, 그 와중에도 쉬는 날에는 자율방범대 봉사활동에 수년간 참여해 왔을 정도로 성실하게 생활했다.

그렇게 건강했던 아빠는 약 3개월 전부터 가끔씩 복통을 호소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내원한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친 후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 중 하나다. 아빠 곁을 지킨 사람은 큰딸인 지연이였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고, 간병인을 둘 여력이 없어 아빠의 병수발은 온전이 지연이의 몫이 됐다. 그러나 온 정성을 쏟아 간호했건만 안타깝게도 아빠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4개월가량 투병하다 이달 초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집 인근 생산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했고, 최근에는 마트에서 일했어요. 간병을 자처했지만, 가끔씩은 아빠를 탓할 때도 있었어요.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난 4개월 동안 아빠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만 바랐는데….”

현재까지 병원비는 대부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 갚지 못한 빚이 7000만원에, 월 120만원 남짓의 엄마의 월급으로 앞날을 헤쳐나갈 일에 걱정이 앞선다.

돌아가신 아빠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15살 둘째 수연이도 학업을 포기하고 생산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곧 중학교에 진학하는 막내 태연이는 운동에 탁월한 소질을 보여 촉망받고 있지만, 엄마에겐 태연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여력이 없다. 세 아이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남겨진 엄마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돌아가신 아빠의 친구였던 경남경찰청 김남현 정보관은 “지연이 남매의 학업과 장래를 위해 동창회를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뻗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1월 14일자 18면 ‘(50) 희귀난치성 질환 앓는 주현이’ 후원액 520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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