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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역작 복원에 의령한지가 쓰인다?

이탈리아 국립유산보존복원연구소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작품

커버로 제작 덧대는 방식 복원 밝혀

기사입력 : 2018-12-13 22:00:00


의령 한지가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복원에 사용된다.

로마에 있는 세계적인 지류복원 전문기관인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내년 서거 500주년을 맞아 1505년 창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의 복원에 한지를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토리노의 왕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이 작품은 다빈치가 새를 관찰하면서 발견한 항공 공학적 법칙 등을 스케치와 함께 기술한 18쪽짜리 자필 노트로, 시대를 앞선 다빈치의 혜안이 잘 드러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CPAL은 ‘레오나르도와 그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로마 중심가에 있는 ICPAL 본부에서 콘퍼런스를 열어 지난 2년에 걸쳐 진행해온 ‘자화상’ 등 다빈치의 작품 일부에 대한 복원 사업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자 중 1명으로 나서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에 대한 복원 작업을 설명한 ICPAL 복원 전문가는 “작품이 제작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 여러 군데를 옮겨다니며 전시된 터라 곰팡이 등으로 심하게 오염돼 있었다”며, 복원한 작품의 보다 철저한 보호를 위해 한지로 원본을 감싸는 작업을 거쳐 복원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지로 작품을 보호하는 커버를 만들어 덧대는 방식으로 복원된 작품의 세월에 따른 손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며 “일반 종이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한 한지의 특성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한지가 천년 세월은 거뜬히 견디는 내구성을 지닌 데다,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져 원작의 재질, 색상 등과도 잘 조화를 이루는 측면도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의 복원 마무리 작업에서 한지를 사용하기로 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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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신현세씨가 공방에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이번 다빈치 작품 복원에 이 공방에서 만든 한지가 쓰일 계획이다./경남신문DB/

복원 작업에는 의령 ‘신현세 전통한지’가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세 공방에서 제작된 한지 3종은 지난 2016년과 올해 ICPAL에서 문화재 복원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신현세 전통한지는 전통의 방식을 고집해온 의령군 봉수면 신현세씨가 제작한 것으로 한지의 가치와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오랜 세월 우리생활과 함께했던 전통한지는 닥나무 껍질과 닥풀로 만들어 천년을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통 방법으로 탄생한 ‘신현세 전통한지’는 성 프란체스코 친필 카르툴라, 로사노 복음서 복원사업에 사용됐다.

허충호 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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