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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불멸 사이

민중미술가 이강용, 김해 동림갤러리서 개인전

꽃·범·해 등 몽환적 느낌 작품 30여점 선보여

기사입력 : 2018-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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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용 作 ‘고창 고인돌’.


민중미술가 이강용의 개인전이 김해 은암선문화센터 동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 꽃, 범, 노랗게 떠오른 해 등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였다. 자신만의 독특한 질감 표현을 위해 작가는 오일파스텔과 아크릴을 혼합해 두꺼운 멧보드지 위에 파스텔 끝을 뾰족하게 깎아 깨알같이 점을 찍었다.

작가는 “영원한 사랑은 없으며, 사랑은 태어났으므로 소멸한다. 그리고 소멸되지 않는 것은 과거뿐이며 소멸에 대한 기억과 성찰에서 자신은 화가로서 눈을 뜬다”고 이야기한다. 역사라는 이름의 소멸과 승부하며 빛은 소멸의 운명을 타고났기에 자신의 작품은 오히려 눈부시며, 소멸하는 모든 열정에는 불멸의 꿈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업을 ‘소멸의 역사에서 불멸의 꿈을 되짚은 회화적 복기다’고 힘줘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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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용 作 ‘미륵의 합창’.

1980년대 초에 민주화 운동과 함께 민중 미술가로 활동한 이 작가는 민중미술을 고수하면서도 진정한 회화 영역 안에서 자신만의 미적 성취를 이루기까지 30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그의 40년 미학 오디세이는 역사, 걸개그림, 미륵, 들꽃, 고구마, 고인돌, 소나무, 들녘, 춤 시리즈를 거쳐 이제 범과 우주 시리즈에 이르는 항로로 향하고 있다. 여러 갈래의 주제들이 모였지만 이 주제들은 한 줄의 실로 꿰어진다. 바로 ‘토종’이다.

작가는 이 땅의 민초들에게 익숙한 사물들을 작품에 등장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민중미술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작품은 남미 문학에서 볼 수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세계는 현실과 꿈(낭만)의 융합이다. 고인돌과 고구마의 만남, 꿈과 굶주림의 만남, 범과 달의 만남, 뿔난 짐승과 전설의 만남 등 작가의 상상력에 실린 낯선 것들의 만남은 불가사의하게도 밀도 높은 빛을 발산하며 관객들을 유혹한다. 전시는 22일까지.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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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용 作 ‘신령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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