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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국가부도의 날- 허승도(논설실장)

기사입력 : 2018-12-18 07:00:00


지난달 28일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된 날. “우리 집은 금 판 거 말고 타격 없었나? 난 그 어린 나이에도 IMF(국제통화기금)가 공포로 다가왔어.” 21년 전 외환위기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큰딸이 직장의 문화힐링데이를 맞아 국가부도의 날을 단체관람한 후 가족 대화방에 올린 글이다.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경제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은 개봉 이후 재계는 물론 관가와 금융계, 기업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관계 인사와 위기에 베팅을 하는 금융맨, 그리고 위기 속에서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IMF를 맞아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외환위기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한시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역을 맡은 김혜수와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의 연기력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 준다.

▼16일까지 관객 353만5000여명을 기록한 이 영화가 화제인 이유는 IMF 상황이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재난사태를 소재로 한 것도 있지만 메시지가 강력한 데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금융자본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경제 주권을 무력화시키려 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위정자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무능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재앙이 되는지,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라는 것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IMF가 우파 궤멸 소재라는 이유로 음모론을 펴고, 진보 인사 중에는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시기에 가계부채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이유로 수구세력이 현 정부를 비난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든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진단은 새겨들을 만하다. “위기는 반복된다”는 김혜수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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