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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예술계 2018 결산] 음악·문학·영화

기사입력 : 2018-12-18 22:00:00


[음악] ‘윤이상의 귀향’과 오페라·뮤지컬·클래식 등 공연 ‘풍성’

올해 도내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은 어느 해보다 알찬 한 해를 보냈다. 오페라, 뮤지컬, 클래식 연주회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도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술년 도내 음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윤이상의 귀향’이었다. 지난 2월 25일 천재와 간첩으로 불렸던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이 긴 세월을 건너 통영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추방된 지 49년, 귀향을 그리며 영면한 지 23년 만이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을 상반기에도 이어가며 그의 음악세계를 조명했다. 또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를 ‘귀향’으로 정하고 평생 고향을 그리워한 선생의 마음을 담은 연주를 선보였다. 스티븐 슬론의 지휘로 보훔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개막공연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선우예권, 차몬 바르토, 윤홍천 등 유명 연주자들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통영 출신 음악가들과 윤이상음악콩쿠르 입상자들을 엄선해 ‘위너스 앤 마스터즈 시리즈’를 선보이며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역 인물인 남명 조식을 콘텐츠화한 창작오페라 ‘처사 남명’을 선보였다. 또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지안 왕과 김선욱의 무대와 피에타리 인키넨이 이끄는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의 내한 특별공연이 펼쳐졌다. 또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내공이 깊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무게감 있는 공연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름엔 경남문화예술회관의 간판 축제 ‘여름공연예술축제’로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다. 축제에는 공식 초청 5개 팀과 공모로 선정한 지역 예술단체 10개 팀 등 총 17개 팀이 무대에 올라 클래식·전통예술·대중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펼쳤다.

메인이미지 창원국제실내악축제 개막공연 ‘다시 봄’. /경남신문DB/

창원문화재단은 ‘창원국제실내악축제’로 한층 더 성장했다. 9일 동안 관객 5621명이 찾은 실내악축제는 ‘나의 살던 봄은’을 주제로 삼았다. 화려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선보였고 소극장 ‘오케스트라 피트’를 통해 가까이에서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눈빛, 표정을 감상하며 음악적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엄선 시리즈로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융복합 공연 ‘브라보 빈센트 별이 빛나는 밤에’도 선보였다.

창원시립예술단은 15회에 이르는 정기공연과 20여회의 수시·합동공연, 20여회의 찾아가는 음악회, 생활 속의 작은 음악회 등 총 100여회의 공연무대 등을 마련해 예술의 문턱을 낮췄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연말 취임한 김대진 상임지휘자가 클래식 명곡들을 재조명하는 ‘클래식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쳤다. 또 가족음악극 ‘그림자극 호두까기 인형’과 한여름 밤의 클래식 ‘야외팝스콘서트’ 등 색다른 무대를 꾸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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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무용단 ‘싸가지 놀부전’ 공연 모습./경남신문DB/

창원시립무용단은 기획공연 백설공주 ‘블랑슈 네쥬’와 마당극 ‘싸가지 놀부’를 유료공연으로 선보였다.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4월 중국 동릉시립소년소녀합창단과 함께하는 ‘한·중 교류음악회’를 시작으로, ‘합창으로 만나는 아프리카’ 국내 청소년합창축제인 ‘청소년합창페스티벌’, ‘찾아가는 음악회’, ‘아파트 음악회’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창원시립합창단은 정기연주회와 창원시 행사로 관객들과 만났다. 다만 합창단을 조율하는 상임지휘자가 계속 공석이어서 해결할 과제로 손꼽힌다.

제1회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역에서 재즈를 대중적으로 소화하려는 의도대로 연일 만석을 기록해 성공적으로 발걸음을 뗐지만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부족한 전문성이 아쉬웠다. 경남오페라단이 정기공연으로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를 무대에 올렸고 경남페스티벌앙상블이 최윤덕 장상의 일대기를 그린 ‘정렬공 최윤덕’을 초연하는 등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민간예술단의 창작공연이 돋보였다.




[문학] 경남문인협회 첫 해외교류 등 지역문단 활성화 노력 ‘활발’

올해 도내 문학계는 지역 문단의 활성화를 모색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경남문인협회는 창립 후 처음으로 해외 문화교류 물꼬를 텄다. 문화예술위 국제교류 공모사업 선정돼 중국 간쑤성을 방문, 합동전시회와 학술행사를 열며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경남문협이 중앙기관과 중국 외교기관의 지원으로 추진한 첫 해외교류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와 발전적인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영·호남 문인협회가 교류해 시화전을 열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내 문단 활성화 움직임도 활발했다.
메인이미지 중국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한 중국 화가의 그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중작가들

지역 문단을 지탱하는 원로, 중견 문인들의 출간도 이어졌다. 김연동 시인이 현대시조를 골라 평론과 감상을 더한 시조평론집을, 학자·시인 19명이 ‘이우걸 시조세계’를 재조명한 책을 펴냈다. 이달균 시인은 가사시집을, 디카시를 이끄는 이상옥 시인은 디카시집을 냈다. 경남작가회는 정규화 유고 시집을 출간해 의미를 더했다. 또 ‘백치 동인’, ‘화로동선’, ‘석필문학회’, ‘계림시회’ 등 도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우들이 함께 책을 정성스레 엮어냈다.

도내 문학관들은 누구나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경남문학관은 문예대학(시, 수필)을 운영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인·시낭송가들이 중학교 5곳을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문학나눔시간을 가졌다. 김달진문학관은 문학제 때 ‘국제시낭송콘서트’를 열어 미국, 일본 작가를 초청, 수준 높은 강연을 들려줬다. 또 하동 박경리문학관은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문학제를, 이원수문학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행사들을 갈무리한 영상 상영과 지난해 관객과 만난 뮤지컬 ‘고향의 봄’ 중 일부를 공연했다.

반가운 소식도 잇따랐다. 경남도가 문학관등록심의회 심의를 통과한 경남문학관, 김달진문학관, 창원시립마산문학관, 합천 이주홍어린이문학관 등 지역 문학관 4곳을 공립문학관으로 지정했다. 이번 등록을 계기로 4개 문학관에 대해서는 문학교육, 학술연구 등 다양한 부대사업뿐만 아니라 운영비 등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운영난에 허덕이던 문학관 재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 5월엔 창원시와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선관시인추모모임이 마산합포구 창동 아고라광장에서 창동 허새비 이선관 시인을 기리는 시비를 제막했다. 시비 제막에 맞춰 유품전시관도 새롭게 단장했다. 또 건물 노후로 비만 내리면 물이 샜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애를 태우던 경남문학관은 본지 지적 이후 보수공사에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경남의 가을은 어김없이 책 향기로 물들었다. 도내 곳곳서 김달진문학제, 청마문학제, 이병주문학제 등 문학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새롭지 못한 콘텐츠로 아쉬움을 남겼다. 또 문인단체가 주축이 된 경남문학제와 창원문학축제가 처음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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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학관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

도내 작가 16명(출신을 밝혔거나 경남 문인단체에 등록된 작가 포함)이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8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됐다. 시 분야의 성선경, 김우태, 김지율, 이희중, 변희수, 이복규, 김연아 등 7명이 뽑혔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선경 시인은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소설에서는 김우남, 김영옥, 김지연이, 수필에서는 유지황, 조경국이 뽑혔고 아동·청소년 분야는 김다은, 박윤규, 강경숙이, 평론·희곡 분야에서는 박슬기가 뽑혔다.

올해는 유독 도내 문단을 떠받들던 문인들이 별세했다는 비보가 많았다. 창원에서 활동하던 김혜연, 박서영 시인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시가 있는 간이역’ 역장을 맡아 좋은 시를 소개하고,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맡아 본지와의 인연도 깊었다. 또 진주 출신 박노정, 허수경 시인이 지병으로 타계했다. 허수경 시인을 아끼는 문단 후배, 지역민들이 타계 한 달 뒤인 지난 11월 27일 고향 진주에서 추모모임을 열기도 했다.



[영화]‘오장군의 발톱’ 등 경남영화 선전에도 여전히 인프라 ‘부족’

도내 영화계는 부족한 인프라를 절감한 한 해를 보냈다.

경남독립영화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10년간 경남영화협회가 꾸준히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 인식 개선과 영화인들의 허브 조성에 힘썼다. 그 성과로 우수한 지역 영화가 배출됐지만 경남에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협회는 지난해 영화제가 끝나고 재정 독립과 새로운 방식의 운영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주에서 열린 ‘진주같은영화제’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100석 이상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옮겨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9편이 관객을 만날 기회를 얻었는데 특히 ‘경남’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래밍이 눈에 띄었다.

또 초청영화제 시네마디지털경남이 올해 첫선을 보였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시네마디지털경남 운영위원회가 주최한 영화제는 ‘새로운 만남, 공동체 속에서 우리를 만나다’를 주제로 지역, 국내 신인 감독, 국내 프리미어, 국내외 초청 섹션 등 4개의 섹션 총 17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예산 3500만원을 들여 3일 동안 열린 영화제에 대해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제를 개최해온 지역 영화인들 지원엔 인색하다가 진흥원에서 직접 영화제를 만든 것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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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오장군의 발톱’ 시사회 복합문화콘서트에서 참석한 배우들과 김재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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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선을 보인 시네마디지털경남 영화제.

경남영화들이 영화제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김재한 감독의 ‘오장군의 발톱’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메인 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또 최정민 감독의 ‘앵커’도 전주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도 대작 영화와 상업영화가 영화관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어 지역 영화가 개봉관 잡기는 쉽지 않았다. 명계남, 맹세창, 서갑숙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한 데다 국제영화제까지 다녀온 ‘오장군의 발톱’이나 우리나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소재로 한 구자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해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영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많지는 않았지만 전국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상설영화관이 없는 시군에 ‘작은 영화관’이 속속 들어서 반가움을 더했다. 도·농 간 문화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영화관은 현재 도내 12개 시군에서 운영 중이고 산청, 하동, 고성지역 작은 영화관은 내년 1월께 문을 열 계획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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