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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휼륭한 사람과 좋은 사람- 곽향련(시인)

기사입력 : 2018-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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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이 나이에도 책을 선물받으면 소녀처럼 기분이 좋아져서 빨리 읽어봐야지 하는 욕심으로 펼쳐든다.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17년 동안의 교사 생활을 접고, 살아오면서 생각한 것들을 모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이란 따뜻한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 ‘모든 분노는 물과 같이’는 어느 중학생 소녀의 이야기다. 중학교를 한 달밖에 안 다녔다는 소녀는 학교는 공부 말고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생각할 시간, 뭔가에 의문을 가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소녀는 우리보다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에게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이 소녀의 충격적인 글을 읽은 하이타니 겐지로는 길을 가던 중 섬 할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라고 하는 할머니의 말씀과 중학생 소녀를 떠올리며 새삼 나는 훌륭한 사람과 좋은 사람을 생각해본다.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훌륭한 사람은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뜻이 와전되어 남 보기에 화려하고 돈과 명예가 뒤따르는 세속적인 뜻으로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을 가지고 출세한 사람을 훌륭하다고 한다.

하여, 이 경쟁시대에서 너도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필자도 가능하다면 그 귀한 족속에 왜 아니 들었겠는가.

여태 모자람으로 살아 온 세월이었으니 아예 마음을 두지 않을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속적인 것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내면 또한 외적인 면 못지않게 갖췄다면, 또 좋은 머리만 아니라 좋은 마음을 가진다면 더없이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을 두고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까?

사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사람들은 심리적 강인성이란 어떠한 심리적, 정신적 문제에 대면하더라도 그것을 잘 견뎌내고, 건전한 사고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말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전적에 의한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의미에서 좋은 사람은 많다. 그냥 착한 사람, 제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경청하는 사람, 남의 일을 잘 도와주는 사람 등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자신에게 좋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자신에게 좋은데 왜 좋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을 더한다면,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어떤 일의 선택에서 거짓 없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분노가 오더라도 물과 같이 흘려 보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떳떳하리라.

곽향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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