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영웅을 그리며- 이현근(사회부 부장대우)

기사입력 : 2019-01-10 07:00:00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의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로 부임한 박 감독은 지난해 초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동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주가는 정점을 찍었다. 18경기 동안 9승9무로 무패행진을 벌이며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박항서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코치는 물론 국내 프로팀 감독까지 역임했지만 국내 축구계에서는 베트남에서처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베트남 감독으로 가기 전 실업축구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축구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였다. 그런 그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베트남으로 진출, 승승장구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혹자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육성해온 유소년 축구의 성과가 박 감독이 부임하는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운이 따른 것이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 운영을 보면 평소 그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 감독은 시합 중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전형적인 촌놈(?) 같은 털털한 동네 아저씨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보다는 가정을 꾸리듯 아버지의 마음으로 팀을 하나로 묶고, 선수들의 장점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다.

▼베트남은 1964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 중국, 한국, 북한 등이 개입된 사실상 국제전쟁을 겪었고, 1976년 남북통일을 거쳐 최근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랜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고, 남북의 안정적인 통합도 요구되고 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이를 타개해줄 영웅을 찾는다. 마침 박 감독은 축구로 베트남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자긍심을 찾아주면서 오매불망 그리던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