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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 지사의 신공항 딜레마- 이종훈(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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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새해 벽두부터 김해신공항 해법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부산시장과 김해지역 국회의원들은 ‘가덕도 카드’를 꺼내들고 공식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가덕도 입지를 밝히는 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제 개인적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김 지사가 어정쩡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일견 이해가 된다. 입지에 대해 발언하는 순간 영남권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김해신공항이 문제가 있다면 새 입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면서도 경남이 지역갈등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를 통해 정부 차원의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해법을 내놓고 있다.

경남은 지리적인 특성상 한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김해지역은 소음 등의 피해로 인해 신공항 추진을 반대하고, 거제지역은 접근성을 들어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지사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반면 오거돈 부산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 반대 깃발을 들고 제3의 장소로 ‘가덕도 카드’를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웠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신공항=가덕도’ 수순을 밟고 있었다. 게다가 김해신공항은 박근혜 정권 때 정치적 판단으로 내려진 잘못된 결정이라며 정치적인 공세도 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시민단체들도 김해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운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도 동남권 관문공항 위치는 가덕도가 맞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론은 오 시장과 일부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놓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영남권 전체가 합의한 김해신공항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바꾸려고 하는 것은 지역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영남권은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10년 동안 몸살을 앓았다. 분열 양상까지 보였지만 관련 5개 지자체장 합의에 따라 2016년 프랑스 업체의 용역을 바탕으로 김해신공항 건설로 결정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기본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요구는 정치적 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해신공항의 핵심은 소음과 안전문제를 해소하면서 관문공항을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다. ‘김해신공항 검증단’은 새 공항은 24시간 운영돼야 하고 장거리 노선이 취항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4시간 운항이 안 되더라도 관문공항 역할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이 뒤집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면 영남권은 다시 신공항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문제를 해소해 김해신공항을 명품공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다. 공항은 건설 공사에만 10년가량 걸리는데, 다시 늦춰지면 그 피해는 해당 지역이 떠안아야 한다. ‘김 지사의 딜레마’가 길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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