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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고파’가 없더라- 김연동(시조시인)

기사입력 : 2019-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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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TV 방송 ‘폴란드 기행’ 편을 시청하던 중 ‘바르샤바 곳곳에는 쇼팽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멘트가 떨어졌다. 필자의 귀에는 그 멘트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평소 “마산역에 내리면 ‘가고파’가 흐를 줄 알았었는데 ‘가고파’가 없더라”는 말을 타 지역 문인들로부터 자주 들어 왔던 터라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산에는 ‘가고파’의 옷을 입히거나 앞뒤에 내세운 행사나 상호 등이 ‘가고파’의 고장답게 많다. 마산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가고파 국화 축제는 그 대표적인 행사라 하겠다. 정성스레 피워낸 각양각색의 국화꽃도 관심거리였지만 ‘가고파’ 그 바다와 어우러진 국화꽃 축제장은 그리운 마산만의 풍치를 드높이는 가을 축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보고 싶었다. 찾아간 그곳에는 다양한 국화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그러나 ‘가고파’는 없었다. 하필 필자가 찾은 그 시간에 잠시 그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왠지 모르는 썰렁함을 떨칠 수 없었다.

아시다시피 ‘가고파’는 1932년 노산이 지은 10수로 된 시조이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되는 노산의 대표 시조이다. 조국애와 애향심을 담은 서정시다. 이 시조가 발표된 다음 해인 1933년, 10수 가운데 4수에다 김동진 작곡가가 곡을 붙여 탄생한 가곡이다. ‘가고파’는 향수의 원형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실한 국권 회복 정신을 자극하는 노래였다. 세계에 흩어진 민족을 결속하는 노래로 퍼져 나갔다. ‘가고파’는 노산의 시어를 넘어 마산의 상징어가 되었고, 전 국민의 노래가 되었다. 이제 마산과 떼어 놓고 싶어도 떼어 낼 수 없게 되었다. 전국 어디에서 그 고장을 세계 속에 각인시킨 ‘가고파’만한 노래를 찾을 수가 있을까.

지난 12월 12일 창원시의회에서 박선애 의원의 시정 질문 시간에 스페인 마라플로레스 합창단과 소프라노가 협주한 ‘가고파’가 울려 퍼졌다. 숙연하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가고파’가 창원의 곳곳에 흐르는 아름다운 서정의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봐야겠다.

김연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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