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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열등감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정성규(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중부지사장)

기사입력 : 2019-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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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대부분 매일 샤워를 한다. 나도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하며 몸에 묻은 먼지를 대강 씻어낸다. 그러다 가끔은 어린 시절 동네 큰 가마솥 바닥에 나무판을 깔아놓고 목욕하던 기억을 하면서 꼼꼼히 묵은 때를 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떠한가. 우리 마음에도 때가 있다. 이를 벗겨내지 않으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방해해 병을 가져온다. 특히 마음속 묵은 때는 딱딱하게 뭉치고 굳어버려 나를 상처 내고 상대를 아프게 하는 예리한 흉기가 되기도 한다. 그 흉기가 바로 열등감이다. 몸의 때를 오래 두면 몸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열등감도 오래 두면 마음을 굳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표정과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아닌 척, 있는 척, 아무 문제없는 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곧바로 학생신상기록부에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TV가 있는지, 부모님의 최종학력이 무엇인지 기록하는데, 옆을 힐끔 보니 친구는 아버지 ‘대졸’, 어머니 ‘전문대졸’이라고 적고 있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나의 부모님이시기에 어린 마음에 고졸, 중졸이라고 부모님의 학력을 거짓으로 적게 되었다. 만약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그건 열등한 일이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20여년간 가면을 쓰고 괜찮은 척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인 중 한 사람은 대화를 할 때 “이것은 나의 미스테이크예요”, “그것을 캄프라치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썼다. 생소한 단어들에 의아했으나 알고 보니 ‘고졸’이라는 이유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본질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외모나 다른 부분에서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갖추었으나 열등감이라는 마음의 묵은 때가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의 학력이 어떻게 되는지, 사는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관심을 둘 만큼 여유가 없다. 남들과 사사건건 비교하기보다 본인 스스로의 삶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관심을 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 자신밖에 없다.

정성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중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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