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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가- 손용석(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기사입력 : 2019-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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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누구나 목표를 가지길 원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이런 일들을 해야지’, ‘이런 것을 만들어야지’, ‘꼭 이것을 가지고 말거야’ 등 새해에 마음가짐을 달리한다.

한 해의 목표를 누군가는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누군가는 단지 그런 생각을 가슴에 새긴다. 목표를 세우는 방식과 그 간절함의 강도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혹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와 그 달성 기한을 정하고 자주 그 목표를 되새김질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세웠던 계획 중 이루었던 것의 대부분은 시간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를 이루었을 때 ‘절묘한 타이밍’, ‘시간 배분을 잘 했어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세상 모두에게 어김없이 1년 365일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말한다. 과연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가? 어쩌면 동일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말과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이는 팍팍한 현실은 잠에서 일찍 깨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는 사람들을 늘어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위 ‘나도 어려운 가정에 태어나 피땀 흘려 자수성가했다’라는 외침은 기득권자들의 독백처럼 들린다. 그뿐인가. 깨어나라, 깨어나서 행동하라고 외치는 자기계발서는 난무하지만 정작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 더 짙어지는 왜곡된 시간에 대한 반성은 없다.

왜곡된 시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 어느 포도밭 주인이 이른 아침부터 와서 일한 사람에게나, 점심에 와서 일한 사람에게나, 끝나기 한 시간 전에 와서 일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1데나리온씩을 품삯으로 주었다. 당연히 이른 아침부터 와서 일한 사람이 “그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온종일 일한 나와 같이 대우하는 거냐!”고 불평을 하자, 포도밭 농장 주인은 “나는 당신을 부당하게 대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나와 1데리나온으로 합의하지 않았느냐?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너에게 준 것과 똑같이 주는 게 내 뜻이다”고 그에게 말했다. ― 우리는 포도밭 주인의 배분방식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우리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기꺼이 인정한다. 아울러 타고난 능력이나 상황에 따라 각 개인마다 필요로 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은 더 인정해야 한다. 이제 시간의 ‘ALL 개념’과 더불어 시간의 ‘EACH 개념’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의 형성과 분배 관점에 도입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결코 시간은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럼에도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진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나중에 온 이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존 러스킨의 생명 경제학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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