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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삶의 질 떨어뜨리는 골관절염

기사입력 : 2019-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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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삼천포 제일병원 대표원장)


“선생님, 무릎이 아파서 며칠째 집 밖을 못 나갔습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데, 빨리 좀 나을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며칠 전 50대 후반 남성 환자가 힘겹게 병원을 찾았다. 골관절염 진단 후 오랫동안 통증을 느껴왔으나, 본업이 바빠 치료를 미루다 통증이 심해지고서야 내원한 환자였다. 이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만큼 상당히 병기가 진행된 상태지만, 연령이 낮고 바쁜 일상으로 인해 쉽사리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인해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관절 부위의 통증이다. 관절은 보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 부위의 통증은 환자의 일상생활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골관절염 치료는 통증을 완화하고 질환의 진행을 늦추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둔다.

골관절염은 방사선 검사 기준에 의해 1~4기로 나뉘며 단계별 경중에 따라 치료를 달리한다. 연골 손상이 경미한 1~2기 초기 골관절염은 생활습관 개선, 운동 요법 소염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히알루론산 주사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연골이 심각하게 손상돼 뼈와 뼈가 부딪히는 말기(4기) 골관절염은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와 말기 사이의 중등도(3기) 골관절염 환자의 상당수는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해 수술 전까지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치료공백’을 경험한다. 치료공백을 겪는 대부분은 50~60대의 젊은 중장년층이다. 한창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할 시기의 환자들이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일부는 심리적 불안감까지 느낀다는 점에서 치료공백의 심각성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골관절염 기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중등도 골관절염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유전자 치료는 중등도 환자들이 겪는 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이 치료는 상처 회복 및 면역 조절을 유도하는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를 무릎 관절강 내에 주입해 골관절염의 악화 원인인 염증 악순환 기전을 차단한다. 절개 없이 간단한 주사 시술만으로도 통증 완화, 관절 기능 개선 등에서 장기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환자들을 통증 속에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치료공백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치료 환경 변화를 크게 환영한다. 지금껏 골관절염은 암과 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심각한 질병이 아닌 만큼 질환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질환이라고 불릴만큼 유병률이 증가하고 통증으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이 변화에 이어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받은 치료제들이 지금보다 활발히 개발되고, 치료공백으로 힘들어했던 환자들의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근호 (삼천포 제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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