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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찾아서] (3) 취미 많은 직장인 백경희씨

“연차 자유롭고 칼퇴근 되니 하고팠던 일 맘껏 도전”

기사입력 : 2019-01-29 22:00:00


우리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일만 열심히 하는 개미의 성실성을 높이 사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의 나태함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이 시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은 동화 속 ‘개미와 베짱이’의 적절한 조화다. 연봉이나 지위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는 뉴스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그렇다면 워라밸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일과 삶 양쪽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친구와 2주간의 해외여행을 떠나고, 수필가로 등단하는 등 다양한 꿈에 도전하고 있는 직장인이 있다. 창원의 더큰병원 홍보실장 백경희(33)씨 이야기다. 일과 삶의 즐거운 적절한 균형을 위해 어떤 기준을 세우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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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백경희 창원 더큰병원 홍보실장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연차 내고 영화제 자원봉사 가기= 백씨의 직업은 병원 홍보실장이다. 2009년 24살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차인 홍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백씨는 20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일에 투자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직장과 집의 구분이 없이 업무에 열중했다. 일명 ‘워커홀릭’으로 살아오던 그가 변화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2년 전 병원에서 TF팀을 꾸려서 미국 구글 본사에 해외연수를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만난 구글러들은 업무에도 자부심이 높았지만, 회사에서 제공받는 복지도 최상이었죠. 회사 내에서도 마사지실과 구글 플렉스 등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고, 당일 휴가도 언제든지 낼 수 있더라고요.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또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는 걸 느꼈죠.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1년에 하나 이상 해보기로 했어요.”

결심이 어려웠지 실행은 쉬웠다. 그는 평소 꼭 하고 싶었던 2017 부산국제영화제 봉사자로 지원했다. 일 때문에 생각만 했던 일이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회사에는 틈틈이 연차를 내고 주말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을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경험은 그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충전된 에너지로 일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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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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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크로아티아 여행.

2018년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글을 제대로 쓰고 싶어 경남문학관 수필 수업도 등록했고, 2018년 창원사격선수권대회에 자원봉사자로도 참가했다. 또 경남대표도서관에서 낭독 봉사도 시작했다. 모두 언젠가 하고 싶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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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대표도서관 낭독봉사./백경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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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자원봉사.

백씨는 “더 늦기 전에 마음이 가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며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고 나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과 꿈의 양립을 위하여= 백씨는 자신의 워라밸 지수를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답했다. 그가 생각하는 워라밸의 정의는 “똑똑하게 일하고 제대로 쉬는 것”이다.

“제 기준에 워라밸은 일과 개인의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고르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일과 삶을 어떻게 균형있게 맞춰 가느냐가 중요하죠. 회사가 나를 소진시키거나 희생시키는 곳이 아니라 나를 몰입하고 성장시키는 곳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은 후순위고 내 라이프만 찾는 것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일도 여가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여유와 힘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백씨의 꿈은 두 가지다. 직장에서는 꾸준히 홍보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더 갖춘 홍보인이 되고 싶다. 또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소통하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최근 수필가로 등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능력도 동시에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워라밸이라는 게 결국 일이나 삶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거잖아요.”

백씨가 이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데는 회사의 도움도 크다. 3개월에 한 번씩 자기계발비가 지급되고, 자유로운 연차와 ‘칼퇴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백씨가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영상·영화·앱 만들기, 요리, 그림, 글쓰기, 역사·공연·전시 관람, 독서모임, 공부, 운동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직장인의 워라밸은 회사의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회사에서 배려하고 지원해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도전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저 스스로 행복해지고 그것이 또 제 삶의 에너지가 되는 것, 결국 그 에너지가 회사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웃음)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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