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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세 치 혀와 경솔한 행동-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19-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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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치 혀’와 ‘경솔한 행동’이 종종 언론에 오르내린다.

바둑의 속담만큼이나 ‘혀’에 관한 얘기가 많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시의적절한 긍정적 말부터, 잘못된 말 한마디가 인생을 망치게 한다는 ‘세 치 혀’도 부정적 비유어로 자리 잡았다.

‘세 치 혀’란 원래 뛰어난 말재주를 일렀으나, 현대에는 뛰어난 말재주보다 잘못된 말로 돌이킬 수 없는 화에 다다름을 뜻한다.

세 치 혀의 한몫은 꼭 정치인들이 한다. 자신들의 유불리를 파악해야 하는 특성상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말을 하다 보니 항상 허투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중 최근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말 실수는 모 당대표의 말이었다. 지난달 있은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 했다가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실수로 나온 말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비슷한 말이 또 나온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3·1절을 앞두고 모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설전을 벌이다 ‘겐세이’ 놓지 마라 했다가 비난이 일었다.

이 정도는 단순 말 실수의 애교로 볼 수 있다.

정말 마음 아프게 하는 세 치의 혀는 언어적 막말을 넘어 걷잡을 수 없다.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목숨까지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그 대가는 실로 크다.

하지만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또한 혀다.

프랑스 왕 루이 11세의 얘기다.

루이가 좋아하는 귀족 여인이 3일 안에 죽는다는 어느 점술가의 예언이었다. 그런데 그만 그 예언이 맞아 귀족 여인이 죽고 말았다. 루이는 점술가를 죽이려고 불렀다. 죽이기 전에 물었다.

“너의 운명과 내가 얼마나 오래 살 건지 말해 보아라.” 점술가는 자기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가 죽고 나서 며칠 후에 왕께서 죽습니다.”

그 말을 듣고 왕은 점술가를 죽이기는커녕 도리어 귀하고 맛좋은 음식 제공은 물론 극진히 갖은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 후에 왕이 죽고 나서 점술가는 몇 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당장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는 답변으로 목숨을 구한 것이다. 세 치의 혀가 사람을 살린 경우다. 어느 책에서 소개된 얘기다.

세 치의 혀 못지않게 쪽박을 차게 만드는 것이 ‘경솔한 행동’이다.

예천군의 군의원은 캐나다 여행 중 가이드 폭행사건으로 500만달러(한화 약 5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걸렸다. 또 이와는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000만달러(한화 약 112억원) 이상을 고려 중이라 한다. ‘능력 미달자가 능력 밖의 직책으로 집구석 망한 꼴’이라는 비아냥스런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같이 세 치의 혀와 경솔한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최근 도내에는 모 이사장의 막말이 화제다. 지역을 비하하는 말 등으로 감봉처분을 받기도 했다. 루이 11세 때 점술가처럼 재치 있는 혀로 모두를 살릴 수 없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깨끗이 지위를 내려놓는 것 또한 경솔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모두를 살리는 멋진 모습이 아닐까도 싶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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