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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경남도, 부산시의 신공항·항만 전략을 읽어라- 허승도(논설실장)

기사입력 : 2019-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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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이 물류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트라이포트(공항·항만·철도)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정리해야 한다.”

지난 20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 주재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한 말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물류 트라이포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김해신공항 확장을 취소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행간에 담긴 뜻을 좀 더 분석해 보면 가덕도에 신공항뿐만 아니라 제2신항까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까지 유치 경쟁을 벌였던 부산시가 제2신항을 진해 제덕만에 조성될 수 있도록 경남도와 잠정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궁금하다. ‘동북아 해양수도’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부산시가 왜 경남도에 제2신항을 양보할까?

가장 먼저 해수부 용역 결과, 제2신항 입지로 부산(가덕도)이 경남(진해 제덕만)에 비해 불리했기 때문에 선수를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지를 비교하면 부산은 가덕도 동측에 인공외항을 신설하는 형태인데 비해 경남은 기존 신항의 3단계사업을 확장하는 형태로 건설비가 5조1000억원이나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덕도 동측 항만은 외해의 너울이 항내로 들어오면 계류 중인 선박에 위험을 줄 수 있지만 제덕만은 천혜의 항만 조건을 갖추고 있다.

둘째는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부산시 입장에서, 제2신항 사업부지와 신공항부지가 중복되는 문제를 감안했을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한다면 제2신항은 경남에 양보하는 카드로 던지면서 신공항 유치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셋째, 제2신항은 2040~205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미래사업이라는 점이다. 현재 22선석인 신항은 오는 2030년까지 44선석으로 확장해 연간 컨테이너 3000만TEU를 처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제2신항은 신항 3단계사업과 중복되는 8개 선석을 포함해 21개 선석을 건설하는 것으로 향후 컨테이너 등 화물물량이 추산한 대로 늘어나지 않을 경우, 사업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시가 제2신항의 다양한 효과까지 포기할 것인지 또 다른 의문을 갖게 된다. 현재 신항의 행정구역 관할권은 부산 15선석, 경남 7선석이지만 2030년 신항3단계사업이 완료되면 경남 24선석, 부산 20선석이 되고 제2신항까지 완공되면 경남 37선석, 부산 20선석으로 경남이 신항과 제2신항의 부두 57선석 중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신항의 명칭과 항만운영권이 쟁점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산시는 ‘신항+제2신항’의 명칭을 ‘부산신항’으로 하고 이들 항만을 관리·운영하기 위해 ‘부산·경남항만공사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해 운영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항만공사가 항만 운영과 함께 주변 지역 개발사업까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하면 경남의 땅을 사용하되 지배주주 역할을 부산이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인천이 84조594억원으로 부산 83조2987억원을 추월했다. 부산시는 인천국제공항 때문에 인천에 역전당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제 도시의 성장동력 인프라는 공항이고, 공항 블랙홀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공항이 글로벌 기업 및 국제기구 유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산업구조를 변화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경남에도 적용된다. 경남도가 밀양이든 사천이든 경남에 남부권 관문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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