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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은퇴 후 30년’ 무엇을 할 것인가- 이상규(뉴미디어부장)

기사입력 : 2019-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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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100세 시대, 인생이 길어짐에 따라 정년인 60세 이후 은퇴자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진다. 은퇴 이후 30년 혹은 40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당사자인 60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필자의 동연배인 50대, 그리고 40대와 그보다 더 젊은 친구들도 이 질문에 진지한 관심을 보인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출생자들. 1959년생인 주위의 많은 직장인과 공직자들이 은퇴의 수순을 밟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이 숫자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이들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 은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은퇴에 임박했거나 은퇴 시점을 지났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자식의 교육과 결혼으로 60대 중반까지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30년 이상 현역에서 일한 만큼 이제는 말 그대로 ‘은퇴’를 하고 싶으나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과감하게 일을 정리하고 정말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도 많다. 이렇게 결단하는 사람들은 은퇴 후 생활에 대해 나름대로 착실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은퇴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여행·봉사활동·운동·취미·귀농과 귀촌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활동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을 새롭게 돌보는 것들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요즘은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제주도(또는 다른 지역) 한 달 살아보기, 해외 한 달 살아보기 등이 인기다. 또 은퇴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럽과 북미보다 생활비가 적게 드는 동남아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귀농과 귀촌을 실행하는 사람도 있다. 현역에 있는 동안 조그만 땅을 마련해 아기자기한 텃밭과 황토방을 만들기도 한다. 혼자 힘으로 몇 년에 걸쳐 집을 짓는 사람도 보았다. 부부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타협점으로 도시에서 4일, 농촌에서 3일가량 지내는 4도3촌을 하는 사람도 있다.

준비 없이 은퇴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난처한 상황은 엄청나게 늘어난 시간이다. 매일이 일요일이므로 어디서 뭘 할지 난감하다. 그래서 정부와 각 지자체에 제안을 한다. 우선 지자체에서 은퇴자를 위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대상은 은퇴자도 되고 은퇴를 앞둔 사람도 됐으면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자리 교육, 경제 교육, 건강 교육, 인문학 교육, 스포츠·레저 교육 등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노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은퇴자들은 어떻게 노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은퇴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은퇴자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모임과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퇴자는 여전히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다. 현역 못지않게 활력이 있고 많은 시간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식 공부시키고 가정을 이끌어 오느라 돌보지 못한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나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들의 능력을 잘 활용하면 은퇴자는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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