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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혼삶- 이상권(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2-12 07:00:00


관혼상제(冠婚喪祭)는 성인식(관례), 결혼식(혼례), 장례(상례), 제사(제례)다. 유교 통치질서를 근간으로 한 조선 시대에는 단순 의례를 넘어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겼다. 관례는 주로 양반계층에서 행해져 일반적이지 않지만 나머지는 일정 부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재력을 최고 가치로 떠받드는 오늘날에도 가문과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기류는 은연중 내재해 있다.

▼관례와 제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듯 결혼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서 ‘결혼이 의무가 아니다’는 답변이 56.4%를 차지했다. 이 같은 조사를 한 이후 처음 과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800만 가구를 돌파했다. 행정안전부 ‘2018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808만5526가구다. 이는 전체 2204만2947가구 가운데 36.7% 수준이다.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등 혼삶이 사회현상으로 자리했다. 1인 가구에는 비자발적 사례도 있지만 갈수록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개인 삶을 즐기려는 젊은 층의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얼마 전 설 명절 가족 대화에도 혼기를 놓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발 동동거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의 채근이 거슬려 명절에도 타향에서 홀로 보낸 이들 얘기도 들린다.

▼혼삶은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갈수록 고립무원이다. 홀로 사는 이들의 공간은 ‘마이 홈’에서 ‘마이 룸’으로, 급기야 ‘마이 폰(스마트폰)’으로 좁혀진다. 영국은 지난해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고독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만큼 해롭다고 한다. 한자 人(사람 인)은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양이란다. 남해 출신 정용철 시인의 시구다. ‘사람 인(人)자는 열 살 때 쓸 줄 알았는데 기대어 산다는 것은 50이 넘어 알았다. 기댈 사람이 있어 참 좋다. 나도 누군가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민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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