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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조건, 경제력 중요” 미혼여성 92%·남성 53%

‘미혼 남녀 결혼 관련 태도’ 보고서

“남성 경제력, 더 중요 요소로 여겨”

기사입력 : 2019-02-12 22:00:00


창원에 사는 여성 직장인 심재영(32)씨는 요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씨가 생각하는 남성의 이상적인 결혼 연령대는 35세, 배우자를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업이다. 그는 “성격과 건강이 배우자의 조건으로 중요하지만 경제력 측면에서 직업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며 “평소 나보다 더 높은 연령대가 결혼 상대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왔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했다.

김해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성 이준호(31·가명·남)씨도 결혼에 대한 고민이 깊다. 35세가 될 무렵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재의 벌이로 봤을 때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결혼 상대자의 조건으로 경제력을 가장 먼저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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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이씨는 “부모님 세대에 견줘 봤을 때 요즘 청년들의 경제상황은 더 팍팍한 것 같다”며 “나는 부양자, 아내는 피부양자가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에서도 심씨와 이씨와 같은 미혼남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를 대상으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물어보니, 미혼남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14.1%, ‘하는 편이 좋다’ 36.4%,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39.2%, ‘하지 않는 게 낫다’ 6.6% 등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6.0%, ‘하는 편이 좋다’ 22.8%,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54.9%, ‘하지 않는 게 낫다’ 14.3% 등의 분포를 보였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이 남성은 50.5%였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에 대해 더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젠더 차이로만 보기보다는 청년층 전반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또는 유보적인 태도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미혼남성들은 미혼남성의 이상적인 결혼 나이에 대해 58.7%가 30대 초반(30~34세)을, 미혼여성들은 미혼여성의 이상적인 결혼연령에 대해 62.8%가 30대 초반을 꼽았다.

이들에게 배우자 조건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매우 중요하다’· ‘중요하다’ 응답률) 물어본 항목에서는, 미혼남성은 성격(95.9%), 건강 (95.1%), 가사·육아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순으로 나타났고, 미혼여성은 성격(98.3%), 가사·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협조(95.6%), 소득·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꼽았다.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미혼남성(53.0%)보다 미혼여성 (92.7%)이 40% 가까이 높게 나타나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특히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혼화 경향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며, 정책적으로도 미혼화 현상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사회문제로 단순화해 결혼 지원 차원에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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