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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21) 제24화 마법의 돌 21

“얼굴이 팔려서 바람도 못 피우겠네”

기사입력 : 2019-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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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청문회가 끝나고 여러 달이 지났다. 이정식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병이 점점 악화되고 한국도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었다. 경제 여건도 달라져 갔다.

삼일그룹 원로들은 이재영이 운명하기 전에 회장직을 승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도 한국에 돌아와 회장에 취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형 이성식은 한국에 돌아가 있었다. 이재영은 이미 그를 후계자에서 탈락시키고 그의 아들들에게 적당한 기업을 승계시켜 주었다.

“당신은 빨리 돌아와요. 회사가 형님에게 넘어가기를 바라요?”

아내도 이정식이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아내도 그룹 승계 때문에 긴장하고 있었다. 이재영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어서 초조해했다.

“이번에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바람을 피울 거예요.”

아내는 이정식을 은근히 협박하기까지 했다. 이정식은 웃음이 나왔다.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고 박물관을 운영하는 일도 바빴다. 아내의 얼굴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정식이 스캔들이 나면 아내도 화를 냈다.

“나도 바람피울 거야.”

그녀가 으레 하는 말이었다.

어떤 기업회장의 부인이 남자 탤런트와 바람을 피운 일이 있었다. 기업 회장이 연예인 킬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연예인들과 자주 바람을 피우자 부인도 맞바람을 피운 것이다. 그러나 남자 탤런트가 유명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결국 기업 회장이 알게 되었고, 그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탤런트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 남자 탤런트는 미국으로 갔다. 소문에는 조폭들이 남자 탤런트를 거세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남자는 뿌리를 잘 간수해야 한다니까.’

그 사건으로 무수한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얼굴이 팔려서 바람도 못 피우겠네.”

아내의 말에 이정식은 피식 웃고는 했다.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얼굴이 알려져 있어 곤란하다는 그녀의 말은 옳았다. 이정식도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어디서나 사람들이 알아보고는 했다. 그 바람에 그도 바람을 피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재벌 그룹을 이끌어 가다가 보면 정치가, 관리들, 기업가들과 회동을 하는 자리가 많았다. 룸살롱이나 비밀요정도 자주 다녀야 했다. 허가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정관이나 국회의원을 요정으로 모셨고,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은행장을 룸살롱으로 모시기도 했다. 낮에는 골프접대를 하고 밤에는 술과 여자를 상납했고, 그들의 차 트렁크에는 사과박스를 넣어주었다.

서류는 낮에 주고받고 밤에는 은밀하게 거래를 했다.

기업가는 비밀요정이나 룸살롱 같은 곳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비밀요정 같은 곳에는 탤런트, 여배우, 가수가 나오기도 했다.

기업 회장 중에 그런 여자들과 하룻밤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여자를 내연녀로 거느리고 사는 회장도 있었다.

룸살롱이나 요정의 여자들과 관계를 해도 내연녀니 첩이니 하고 돌아다니는 여자도 있었다. 그런 여자들은 비서실에서 모두 처리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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