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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22) 제24화 마법의 돌 22

‘하아. 이거 난리 났네’

기사입력 : 2019-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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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이정식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하여 삼일그룹을 발칵 뒤집어놓은 여자도 있었다.

이정식은 그 여자를 생각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 다니는 채영주라는 여자였다. 이정식은 정치인들과 룸살롱에 갔다가 그녀로부터 시중을 받았다. 미인이 아닌데 묘하게 시선을 끄는 여자였다. 처음 만나서 호감을 느낀 뒤에 호텔로 데리고 갔다. 몇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고 일본에도 데리고 갔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으나 일본에서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정도 연락을 하지 않자 그녀도 연락을 끊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정식은 의아했으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신군부가 들어설 무렵이라 너무나 바빴다. 그런데 다시 몇 달이 지났을 때 채영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뭐라고?”

채영주의 말에 이정식은 경악했다. 채영주가 그의 아기를 낳았다고 말한 것이다.

‘미쳤지.’

이정식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피임을 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그녀가 임신을 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하지?’

이정식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녀에게 차와 아파트를 하나 주고 매달 상당한 액수의 생활비를 지급했다.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아내가 그 사실을 알고 이를 갈았다.

‘하아. 이거 난리 났네.’

아내는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몇 달 동안 이정식과 냉랭하게 지내더니 채영주를 사기죄로 고발했다. 채영주가 낳은 아기가 병원에 갔을 때 유전자 조사를 시키자 이정식의 아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채영주는 대담한 사기꾼이었다.

아내는 채영주가 자백을 하자 아파트에서 쫓아내고 차도 빼앗았다.

‘허! 내가 사기를 당했네.’

이정식은 쓴웃음이 나왔다. 이 일은 재벌가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돌아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 계집애가 나보다 좋아? 나도 바람피울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아내는 때때로 이정식을 협박했다. 이정식은 꿀 훔쳐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혼을 하자거나 별거하자는 말은 없었다. 몇 달 동안 방을 따로 쓰는 것으로 이정식에게 징벌을 내렸다.

‘이제는 돌아가야 하겠구나.’

이정식은 귀국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무선호출기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미 1982년부터 무선호출기가 도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짧은 거리에서만 가능했지 먼 거리는 가능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휴대폰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서 비서,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서 비서는 어떻게 할 거야? 미국에 남을래?”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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