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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캐시미어를 좋아하면 미세먼지가 심해진다?- 박진호(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기사입력 : 2019-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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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따뜻한데 가볍기까지 해서 겨울마다 사랑받는 고급 원단이 캐시미어다.

몽골과 티베트 고원의 염소나 낙타에서 만들어진 원단을 이 중 최고급으로 쳐주는데, 이곳의 염소들은 우리나라 염소들과 달리 양처럼 포근하고 풍성한 털을 가지고 있다. 양모로 만드는 울 소재보다 5배가량 더 높은 값을 쳐주기 때문에 몽골 유목민들 사이에서는 양 대신 염소를 키우는 것이 더 인기라고 한다.

그러나 몽골 정부는 양과 염소의 비율을 3대 1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왜 그럴까? 양은 초목의 잎사귀만 뜯어 먹는 반면, 염소는 뿌리째 풀을 뽑아 먹는다.

유목민들은 초목이 자라나는 때를 기다렸다가 초원을 순회하며 가축들을 배불리는 법인데, 염소가 지나간 자리는 식물의 뿌리까지 모두 뽑혀 초원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몽골의 사막화의 원인으로 세계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꼽지만, 목축으로 인한 생태계 균형 파괴도 무시하지 못 할 원인이다.

필자가 몽골에 방문했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몽골 유목민들이 털이 무성한 염소의 뿔을 잘라 양인 체하며 키운다는 것이다. 생계를 위해 값이 나가는 염소를 키우는데 정부에서 규제를 하고 나서자 눈속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사막화가 심해지고 키우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유목민들이 늘어났다.

몽골의 사막화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화두인 이유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황사바람은 예로부터 있어 왔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에 관한 기록을 찾을 수 있지만 요즘의 황사는 이전과 다르다.

몽골사막의 모래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면서 중국의 자동차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합쳐서 한반도까지 오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된 미세먼지 이동지도를 보면 한국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몽골과 중국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기업과 단체들이 수년간 산림복원사업을 지원했다. 나무를 심고 소방차로 물을 주며 심은 나무를 가꾼다고 한다.

그러나 식재한 어린 묘목들을 몽골정부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몇 년이 지나면 비용 문제로 지원 사업이 중단되는 게 보통이다.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에게 수십 년 미래를 바라보며 산림을 가꾸라는 것은 가혹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초원지대인 몽골은 산림이 아니라 초지를 복원하는 것이 생태계 환경에 올바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시민단체에서는 차차르간(비타민나무)을 몽골 주민들과 함께 심고 가꾸고 있다. 차차르간은 모래산지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열매는 상품가치가 높아 주민들의 수입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비타민 함유량이 높아 비타민 음료의 원료로 쓰거나 잼과 술로 개발하여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면 한 그루당 염소 몇 마리의 값어치를 한다고 한다. 덕분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근처에 차차르간을 심고 가꾸며 숲을 만든다.

언급한 바와 같이 몽골은 본래 초원 생태계로, 그 곳에 차차르간 숲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산림계획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지 환경과 주민들의 생계를 고려한 실용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캐시미어를 좋아하면 몽골이 사막화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선택이 대륙 저편의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몽골과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온다고 불평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이 산업화되는 동안에 기후를 변화시켰고, 그로 인해 몽골은 사막화가 됐다.

그 모래바람이 다시 우리에게로 되돌아와 분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우리 탓이 아닌 일도, 우리의 문제가 아닌 것도 없다.

박진호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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