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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쓴 임진왜란 피란 일기 ‘쇄미록’ 번역서 나왔다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 국역사업으로 선정 발간

16세기 조선시대 생활상·전쟁 참상 생생하게 그려

기사입력 : 2019-02-20 22:00:00


국립진주박물관이 임진왜란 피란일기 ‘쇄미록’을 발간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겪은 오희문이 1591년 11월 27일부터 1601년 2월 27일까지 9년 3개월간 기록한 일기를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필사본 7권 800여 장 분량의 이 책은 유성룡의 ‘징비록’, 이순신의 ‘난중일기’ 등과 함께 조선 중기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아 1991년 보물 제1096호로 지정됐다. 국립진주박물관이 2017년 ‘임진왜란 자료 국역사업’을 기획하면서 그 첫 대상 자료로 선정해 발간하게 됐다. 총 8권 가운데 1~6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어로 쉽게 풀어쓴 한글 번역서를, 7~8권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원문 표점·교감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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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피란일기 ‘쇄미록’.

지난 1962년 원문탈초본(국사편찬위원회)이, 1990년 문중에서 한글번역본(번역 이민수)이 각각 출간됐지만 번역본은 절판돼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된 책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에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내 가독성을 높이고 당시의 역사적 사건, 인물, 지명 등은 3000여 개의 주석을 달아 설명했다. 책의 이름인 ‘쇄미록’은 ‘자잘하며 보잘것없는 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로다’라는 ‘시경’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임진왜란 당시 옮겨 다닌 자신의 피란 생활을 제목에 빗대어 표현했다. 저자 오희문은 연안이씨(延安李氏)와 혼인하면서 인조반정의 1등 공신인 이귀를 처사촌으로,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이정귀를 처칠촌으로 둔 명문 가문과 연결됐다. 본인은 벼슬을 지내지 못했지만 아들 오윤겸이 영의정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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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미록’ 번역서.

양반의 눈으로 본 16세기 조선시대 생활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오희문은 이 일기에서 가장, 남편, 아들, 노비의 주인, 양반 가문의 일원, 전란으로 고통받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자신의 다양한 역할과 일상을 실감 나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16세기 양반과 노비의 관계, 사회적 관계망, 경제활동, 제사, 손님맞이, 의약 처방, 음식 등 양반들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임진왜란과 관련한 많은 기록을 담고 있는데, 베껴 쓴 공문 등 공적인 기록과 임진왜란 이면의 많은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김면과 곽재우와 같은 의병에 대한 찬사뿐만 아니라 의병이란 이름으로 숨어 관곡이나 축내는 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왜군의 침략, 명군의 참전과 그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적 인식, 굶주림에 지쳐 인육을 먹는 참상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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