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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지역콘텐츠' 공연 살펴보니

‘콘텐츠 발굴’ 의기투합, 봇물 터지듯 분노와 함성 터지다

기사입력 : 2019-03-05 22:00:00

최근 정치, 경제 분야에서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컬 중심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지역 특성을 살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상징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문화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의 산업화가 활발한 요즘, 지역문화를 소재로 하는 문화·문예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결과, 독립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지역문화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역특화콘텐츠란 지역의 전통, 역사적 공유 자산 또는 지역 상징성을 소재로 지역에서 개발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문화콘텐츠를 통틀어 일컫는데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이 배출됐다. 지자체들마다 최근 지역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역콘텐츠 정책을 짚어보고, 도내에서 준비 중인 공연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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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열린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의기’ 갈라콘서트.

◆지역콘텐츠 정책 현주소

정부의 콘텐츠산업을 도맡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역콘텐츠진흥팀과 지역콘텐츠전략팀을 꾸려 지역특화콘텐츠개발 지원사업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또 지역콘텐츠페어 개최와 지역스토리 창작지원 운영·관리, 지역공공캐릭터 활성화, 지역콘텐츠산업 진흥 연구, 지역거점형 콘텐츠기업육성센터 조성·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금이 수도권에 편중 집행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보조금 지원 사업 전국 17개 시·도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총 996억9100만원의 콘텐츠사업 국가보조금 예산 가운데 65%인 647억4600만원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지원됐다. 경남을 비롯한 울산·세종·충북·충남지역은 1%가 채 안 됐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콘텐츠 분야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래 콘텐츠산업 중장기 정책비전’을 발표했다. 정부 비전의 핵심은 중앙과 지역 간 협력을 통한 지역 콘텐츠산업의 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기존의 지역 콘텐츠 코리아랩(CKL) 10개와 지역 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2개를 2020년까지 각각 14개, 8개까지 확대해 센터 중심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경남은?= 콘텐츠산업의 지역 확산 추진의 일환으로 2014년 5월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콘텐츠기업 육성센터와 지역스토리랩, 웹툰창작체험관, 음악창작소, 글로벌게임센터, 영상미디어센터 등의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남엔 창원 제3공장에 위치한 풀무 웹툰 창작체험관과 김해 영상미디어센터 정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에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경남엔 관련 인프라가 거의 없어 매출 신장이나 인재 양성은 꿈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경남에도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를 유치했다. 이 센터는 경남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김해시 장유동에 연면적 5000㎡ 지상 5층 규모로, 3월에 착공해 12월께 준공 예정이다. 올해 초 김해농업인회관에 임시센터를 개소한 뒤 경남 콘텐츠 관련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경남은 정부의 지역기반형 콘텐츠코리아 랩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예비창업자와 대학생이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 및 인적 교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으로, 지역 자원의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창작·창업 플랫폼 구축이 가능해졌다. 경남 콘텐츠코리아 랩은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 예정지인 한국산업단지 동남전시장에 위치한 서관 체육관을 2개 층 1653㎡(500평) 규모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1층에는 창작공간, 창작지원실로 구성된 아이디어 스페이스를, 2층은 MCN 제작스튜디오, 입주공간 등으로 구성해 운영한다.

◆경남 지역콘텐츠 공연 잇따라= 도내에도 지역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3월 관객과 만나는 공연들을 소개한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의기’= 3·1 운동 10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인 ‘의기’ 공연이 오는 8~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지역공연예술단체 ‘공연예술 BOX 더플레이’와 함께 만든 이번 공연은 진주 기생들의 독립만세운동을 주제로 한 ‘팩션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진주 기생들이 ‘조선의기단’이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어 독립만세운동을 벌였다는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제작했다.

메인이미지의기

이야기는 논개 정신을 이어간 기생 ‘산홍’과 그녀를 첩으로 삼으려다가 죽음으로 몰아간 을사오적 ‘이지용’, 전국 최초로 3·1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체포된 진주 기생들의 삶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이 뮤지컬에는 진주교방 검무, 오광대의 팔선녀춤 등 진주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과거와 현대의 예술적 조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진주에서 독립운동이 기생과 걸인 등 평범한 이들이 주축이 된 만큼 이번 공연도 이름난 배우를 쓰지 않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원자 20명 가운데 서류·면접을 거쳐 4명을 선발했다. 지난해 11월 갈라콘서트를 통해 미리 맛보기로 주요 장면들을 일부 공개했다.
메인이미지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의기'

박진용 공연예술BOX 더플레이 예술감독은 “진주만의 콘텐츠를 고민하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기생 산홍을 알게 됐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신분 차별로 인한 아픔과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기생들이 어떤 계기로 기생독립단이 됐고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풀어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경남 청년예술인들이 지역 소재의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사전예약에 의한 무료관람으로 진행된다. 문의 ☏ 1544-6711.

▲창원시립예술단 ‘찬란한 분노’= 3·15의거의 그 뜨거웠던 날이 무대로 옮겨진다. 창원시립예술단은 오는 15일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기획공연으로 창작오페라 ‘찬란한 분노’ 갈라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은 오는 2020년 3·15의거 60주년을 기념해 창원시립예술단이 준비하는 오페라의 갈라콘서트로 창원의 민주화 역사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한다. 내년 3월 본공연에 앞서 선보이는 이번 갈라콘서트에서는 작품에 대한 해설과 오페라 창작곡들을 들려준다.
메인이미지찬란한 분노

창원시립예술단은 창작오페라 제작을 위해 오랜 기간 지역의 민주화 관련 원로들과 자문위원들의 자문과 조사를 거쳤다. 3·15의거의 자유, 민주, 정의의 정신을 오페라에 담기 위해서다. 오페라는 3월 그날, 자유당의 불법 부정선거와 폭력, 불의에 항거한 마산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을 그린다. 마산 시민들의 정의를 향한 저항정신은 전국으로 퍼져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된다. 오페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유와 민주, 정의를 외치며 불의에 당당하게 맞선 평범한 이웃과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무료공연. 문의 ☏297-5832.
메인이미지창원시립예술단 '찬란한 분노'

▲창원시립무용단 ‘소리 없는 함성’= 3·15의거 민주화 역사를 몸짓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창원시립무용단은 이달 27일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민주화 항쟁을 모티브로 3·15의거 기념 무용을 선보인다. 특히 김주열 열사를 중심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과 절규로 스토리텔링했다.
메인이미지소리없는 함성
메인이미지창원시립무용단 '소리없는 함성'
또 그날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함성은 100명의 시민합창단이 프로슈머로 참여해 메시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노현식 예술감독의 특출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무용단에서 볼 수 없는 뮤지컬적인 요소를 콜라보한 무대를 선보인다. 무료공연. 문의 ☏299-5832.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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