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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융합의 시대와 문화예술- 김미숙(마산문인협회장)

기사입력 : 2019-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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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점이다. 4차 산업은 과학기술의 다양한 장르가 서로 합쳐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것이다. 때로는 장르를 넘어 인문학과 과학, 예술과 산업의 장르를 융합하여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다.

스마트폰의 혁신을 가져온 스티브 잡스는 융합의 시대를 연 가장 뚜렷한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융합기술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통화와 메시지 전달이 주목적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면서 스마트폰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인간의 편익 기능이 더 많이 담기고 쓰임새가 확장되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일상의 모든 필요기능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요즘 문화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다. 시 단위, 도 단위 그리고 전국 단위로 지원되는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 이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순지원에서 지역 예술을 그랜드 디자인하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사업이 예술가 개인이나 단체가 지원을 신청하면 문화예술진흥원은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지원 대상을 결정한 다음 정해진 지원금을 내어주는 단순한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이제 융합의 시대를 맞아 예술의 장르별 특징을 아울러 타 장르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전적인 예술장르는 현재 독자나 관객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무언극에 타악기만을 가지고 완성해낸 <난타> 같은 공연은 획기적이다. 이미 세계적인 성공도 거두었다. 2012년 우리나라 태권도와 연극을 접목시킨 <태왕사신기>는 비록 경희대 학생들로 구성된 실험극이었지만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연극과 서커스를 접목한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순회공연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영화까지 진출했다.

자신만의 장르에서 안주하기를 벗어나서 타 장르와 공생관계를 맺는 것이 예술과 예술인의 생존에 중요한 동기를 제공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예술인끼리 함께 공동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장르 이기주의가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진흥원 같은 데서 단순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역할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문화예술 융합의 정보를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분석하고, 문화예술인들과의 주기적인 콘퍼런스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 동기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진흥원은 지원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해 장르 사이의 이해관계와 관하여 절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운영의 전문적 인재를 갖고 있는 곳 또한 진흥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이 자리 잡아가면 창원이라는 산업도시와 예술을 융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문학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산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상품도 기획 가능하며, 미술과 산업의 융합으로 뜻밖의 디자인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21세기 인간 삶의 패턴을 바꿔놓은 스마트폰은 요가와 선사상에 심취했던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의 결합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미숙 (마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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